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는 댈리아(Dahlia) 캠퍼스. 총면적 4270㎡에 달하는 2층 규모 시설에는 강의실과 체육관, 요리 실습실, 치과 진료소가 들어서 있다. 넓은 채광창이 드러난 건축양식과 내부 시설은 종합문화센터나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이곳은 청소년을 위한 정신 질환 치료 시설이다. 민간 비영리단체 '덴버정신건강센터'가 정신 질환 아동·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건립했다. 지난해 정신 질환 아동·청소년 4000여 명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 질환자 절반가량이 아동·청소년기에 최초 발병했다. 그러나 국내엔 아동·청소년 정신 질환 전문 지원 시설이 12곳뿐이다. 정신 건강 분야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나는 이 분야 선진 모델을 직접 보고 싶어 미국을 찾았다.
덴버정신건강센터는 주(州) 정부의 승인을 받아 특수학교를 운영한다. '스카이라인 아카데미'에는 유치원생부터 12학년 학생까지 24명의 아이가 다니고 있었다.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 질환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정규 과정 수업과 맞춤형 심리치료를 받는다. 이곳에서 강조하는 것은 심리적 체력 강화다. 교사 태라 버틀러는 "특이 행동 때문에 다니던 학교에서 쫓겨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아이가 많다"며 "자신의 강점을 알고 개발시켜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그림이나 요리, 체육 야외 활동 등 아이가 잘하거나 선호하는 영역으로 수업을 구성해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해 주는 식이다. 버틀러씨는 "콜로라도주에는 이런 정신 질환 특수학교가 36곳이 더 있다"고 했다.
치료와 수업 비용은 얼마일까. 미국은 높은 병원 진료비와 의료보험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 이용료는 대부분 무료다. 지니 리터 덴버정신건강센터 부센터장은 "센터 한 해 운영 예산 1억달러(약 1168억원) 가운데 80% 이상을 공공의료보험과 주 정부 예산 지원으로 충당한다"며 "자체 재정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비용 문제로 치료를 못 받는 이들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