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남 해남의 김 가공 공장 외국인 숙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태국인 3명이 숨진 사고의 원인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 발생 시각이 한낮이었고, 불이 난 곳도 탈출이 어렵지 않은 단층 건물이었다는 점 등을 볼 때 단순 화재 사고로 보기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3시 37분쯤 해남군 현산면 두모리 김 가공공장 외국인 근로자 숙소(66㎡)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30여분 만에 꺼졌지만, A(31)씨 등 태국인 3명이 숙소 안의 방과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7일 진행된 부검 결과, 이들은 모두 연기에 질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가 발생한 숙소는 단층으로 방 두 개에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구조다. 불이 난 시간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쉬운 새벽·심야시간대가 아니었다. 최초 불은 출입문 오른쪽 작은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숙소 창문에는 창살이 없었고 사람도 충분히 드나들 만한 크기였기 때문에 신속한 대피가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방화 등 범죄 혐의가 있지 않으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방범카메라 분석 결과, 화재 전에 외부인이 침입했다거나 방화한 흔적은 없었다"며 "화재와 함께 순식간에 들어찬 연기에 거주자들이 대피할 틈도 없이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진 태국인들은 법적 체류 기간이 지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난 21일 해남으로 넘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을 알선한 업자를 뒤쫓는 한편, 불법체류자 신분인지 알면서도 이들을 채용한 김 가공 업체 대표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