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보육교사는 사건 직후 극단적 선택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신상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운영자와 맘카페 회원들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5단독 이승연 판사는 3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운영자 A씨(49)와 정보통신망법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B씨(27) 등 인터넷 맘카페 회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육교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을 끼얹은 혐의(폭행)로 기소된 해당 원생의 이모 C씨(49)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함께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일러스트=정다운

A씨는 해당 어린이집 운영자로, 2018년 10월 11일 인천시 서구 한 축제장에서 원생을 학대한 의혹을 받다가 며칠 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보육교사의 실명을 학부모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등 맘카페 회원 2명은 해당 보육교사가 원생을 학대했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거나 보육교사의 실명을 카페 회원 10여명에게 쪽지로 유포한 혐의를 받았으며, C씨는 사건 발생 후인 2018년 10월 12일 어린이집 상담실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던 보육교사 얼굴에 컵 안에 든 물을 끼얹어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18년 10월 경찰에 "인천시 서구 한 축제장에서 특정 어린이집 조끼를 입은 보육교사가 원생을 밀쳤다"며 "아동 학대인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 발생 당일 오후 늦게 학대 의심 아동의 친척 C씨는 해당 어린이집 이름을 김포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 공개했다.

이후 사건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과 김포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 보육교사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고 그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까지 함께 공개돼 논란이 커졌다.

해당 보육교사는 사건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자택인 김포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며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도 발견됐다.

재판부는 숨진 보육교사의 실명을 학부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숨진) 보육교사는 필요한 경우 본인이 제출한 개인정보를 어린이집이 수집하고 이용하는 데 동의한 바 있다"며 "보육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던 B씨 등 맘카페 회원 2명에 대해서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카페의 특성상 아동학대 문제는 구성원 전체의 관심 사안이고 적시한 사실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정인을 비방할 주관적 목적은 없었다"고 판결 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육교사를 폭행하고 소리를 지른 등의 혐의를 받았던 원생의 이모 C씨에게는 "피해자는 폭행을 당한 다음 날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확인할 수 없으나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을 선택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히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