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김용훈 감독이 10년간 다닌 대기업을 퇴사하고 영화 감독이 된 과정을 털어놨다.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 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신현빈, 정가람 등 화려한 톱스타 캐스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현지에서 진행된 특별 상영 GV의 전석이 매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를 접한 해외 유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의 잇따른 초청 문의가 쇄도했고, 제34회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도 공식 초청됐다.
단편 '삭제하시겠습니까?'(2015), 다큐멘터리 '남미로 간 세 친구'(2013)를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영화 '반가운 살인자'(2010), '거룩한 계보'(2006) 연출부 출신으로 다양한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지푸라기'를 통해 첫 상업영화에 데뷔한다. 그간 작품들에서 공간과 미술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과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며 인정을 받았다.
28살에 대기업 CJ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10년 동안 영화 기획팀, 제작팀, 투자팀 등에서 일했지만, 영화 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용훈 감독은 "다큐를 졸업 작품으로 만들고 KBS에서 방영되긴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 뒤에 인턴십이 있었는데 기획안을 피칭했다가 발탁이 돼 CJ 기획팀에서 1년 정도 일했다. 그때 시놉시스, 트리트 먼트를 많이 썼다. 마침 기획팀 안에 공석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처음부터 가족들과 회사에는 35살에 나가서 감독을 하겠다고 얘기했다. 다들 '설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좋은 회사에 다니고, 거기서도 잘 지내고 있는데 관두겠다고 하니까.(웃음) 가족들한테도 2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고, 진척이 없으면 현실 가장으로 돌아오겠다 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김용훈 감독이 각색한 '지푸라기' 시나리오가 제작사와 투자사의 호평을 받으면서 감독 데뷔 기회가 생겼고,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래도 대기업에 있다가 나오긴 힘들 것 같다"라는 말에 "당시 상사들이 '넌 비전이 뭐니?'라고 물으면 '전 감독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웃음) 감독 하려면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웃음) 그럼 2개월 유급 휴가를 줄 테니까, 시나리오 써보라고 하시더라. 그때 '힙대디'를 썼고, 내 인생에서 제일 처음 쓴 시나리오"라며 "10년간 일하면서 자양분이 됐고, CJ에서 좋은 감독님을 볼 기회가 많았다"며 전 직장에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용훈 감독은 "올해가 딱 40살인데, (퇴사는) 잘 선택했다"며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아내한테 '지푸라기'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꼭 했으면 좋겠다'고 큰 용기를 줬다. 난 다행히 운이 좋았고, 그 타이밍에 필요한 사람들이 도와줘서 수월하게 진행됐다. 비단 나만의 능력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이 많이 도와줬다. 정말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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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