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징의 한 아파트에서 현지 주민들이 한국인 30여명의 진입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결국 아파트로 들어가지 못한 채 인근 격리 장소인 호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28일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전날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타고 인천을 출발해 난징에 도착한 한국인 31명은 거주지인 난징시 시샤구의 한 아파트로 이동했지만, 이 아파트 주민위원회의 강력한 반대로 진입을 하지 못했다.
이들이 타고 온 여객기에서는 한 중국인 승객이 인후통 증상을 호소해 주변 승객 34명이 격리 조치를 받았다. 당시 격리되지 않은 한국인 31명은 이 아파트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주민위원회의 중국인들이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진입을 막았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현지 주민들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한국인 31명은 진입을 포기하고 인근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아파트 진입이 가로막힌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난징에 사업장을 둔 LG그룹 계열사와 협력사 직원들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난징에 LG화학 배터리공장과 LG디스플레이 공장 등을 두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의 중국 고객사들은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사업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 LG 측에 관련 인력을 보낼 것을 수 차례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그룹과 협력사들은 중국 출장을 꺼리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파견했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는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제대로 된 거주여건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 외교 당국은 난징시에 주민들의 불법 진입 금지 조치를 즉각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현지 당국은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핑계로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집에 들어가지 못한 한국인 31명은 중국이 지정한 격리 장소인 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은 2주간 격리 생활을 마친 뒤에야 아파트로 돌아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국내에서 우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에서 거꾸로 한국인들의 거주나 이동을 가로막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의 한 아파트에서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아파트 출입문에 사전 통보 없이 격리 조치를 뜻하는 붉은 딱지가 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