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0시 7분 기획재정부가 긴급 보도자료를 냈다. 제목은 '공적마스크 공급권·가격구조 관련'. 정부가 시중 약국 대상 공적(公的) 마스크 공급 채널로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선정한 것이 특혜가 아니란 게 자료의 골자였다. 날이 밝자 청와대가 브리핑에서 "지오영 대표와 영부인은 서로 일면식도 없다"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했다. 전날부터 '지오영이 영부인 인맥을 통해 공적 마스크 공급 과정에서 특혜를 누린다'는 루머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히 번진 데 대한 대응이었다.

루머 가운데는 조선혜 지오영 대표와 영부인 김정숙 여사, 손혜원 국회의원이 모두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숙명여고 동창설'이 있다. 이는 사실과 달랐다. 김 여사와 손 의원은 숙명여고 출신이지만, 조 대표는 인천 인일여고 출신이다. 다만 조 대표는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했고, 2017년 5월부터 숙명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조 대표가 숙명여고 동창회 '숙녀회' 소속인 김 여사, 손 의원과 친분이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조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두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대표적 루머는 '조 대표 남편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자 공영홈쇼핑 대표인 최창희씨'라는 것이다. 이 역시 거짓이었다.

조 대표는 "가짜 뉴스 생산자들이 여권 관계자들과 자꾸만 엮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여권 연루설이 완전한 허위는 아니었다. 올해 1월까지 지오영 고문이었던 지냈던 박명숙(60)씨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4월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 출신인 박 전 고문은 현재 공천심사 절차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한 상태고,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국민공천심사단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지원한 보건·복지 분야엔 3명의 경쟁자가 더 있다.

조 대표는 "지오영이 공적판매처로 합류한 건 약사회 추천 덕분"이라고 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명한 게 아니란 취지였다. 하지만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약사발전특위 전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등을 지내, 현 정부와도 인연이 닿는다.

'정부가 지오영에 마스크 유통 독점권을 줘 큰 이익을 안겨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부는 '공적 마스크' 도입 직후인 지난달 26일 전국 약국 대상 공급권을 '지오영 컨소시엄'(이하 지오영)에 단독으로 줬다. 이후 백제약품을 추가해, 지금은 2개 업체가 전국 2만3000개 약국에 공급하지만, 지오영 비중이 73%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 업체가 유통망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지오영 컨소시엄엔 10여개 업체가 참여해 독점 공급도 아니다"라고 했다.

지오영이 제조업체로부터 마스크를 사들이는 가격은 장당 900원, 약국에 파는 가격은 1100원이다. 장당 200원씩, 하루 8억원 마진을 마스크로만 올리는 셈이다. 조 회장은 "마스크 한 장 평균 마진은 130원이며, 국가 재난 상황이어서 손해를 봐가며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도 "물류비, 인건비를 고려하면 장당 1100원은 과도한 가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업계 이야기는 다르다. 지오영에 납품했다는 복수(複數) 마스크 제조업체는 "정부가 이달 5일 마스크 판매 가격을 관리하기 전까지 지오영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던 업체였다"고 했다. 남부권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는 "통상 의약품에는 매입가의 5%, 마스크 같은 의약외품에는 10% 정도 마진을 붙여 파는데, 900원짜리를 사들여 1100원에 팔았다면 22%라는 엄청난 마진율 아니냐"며 "지금 마스크는 무조건 완판인데, 지오영은 땅 짚고 헤엄치는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약품도매상은 "지오영 입장에선 영업비 안 들이고 전국 약국 유통망을 구축한 것도 큰 수확"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오영의 직거래 약국은 1만4000여곳이던 것이 공적판매를 계기로 1만7000여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