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제한한 나라가 171국으로 늘었다. 핀란드·니제르 등이 19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국경을 일시 봉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유엔 회원국 195국 중 87%가 대(對)한국 입국 제한 대열에 동참했다.

청와대가 지난 17일 우한 코로나 검체 채취 키트 5만1000개를 긴급 수출했다고 홍보한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날 0시를 기해 한국을 비롯, 입국 비자 면제 대상 72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UAE로서는 방역 주권을 행사한 것이지만 청와대가 수출 성과를 선전한 지 하루 만에 한국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근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 공동체'로 표현한 중국은 지난 17~18일 자국민에게 한국·이란·이탈리아 같은 코로나 고위험 15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15국에 일본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입국 금지·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요국 가운데 한국인이 여행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정도만 남았다. 외교가에서는 "미국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이 국무부 지침에 따라 이날부로 신규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한 90일 무비자 입국 제도는 유지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 닫힐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오후 미국의 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발표되기 직전 언론에 주요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 동향을 브리핑하면서 미국의 조치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교부가 미 측 동향을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이 이뤄지는 동안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이 (미 측의)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비자 발급 중단이란 민감한 사안을 두고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발표 직전에야 형식적 통보만 받았단 얘기다.

앞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7일 오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통화했지만, 비자 인터뷰 중단에 관한 설명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