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상이 나타났는데도 4박5일간 제주 여행을 강행해 비난 여론이 일었던 '강남 미국 유학생 모녀(母女)'와 관련한 미확인 신상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이 강남 모녀의 ‘신상’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미국 유학생과 가족의 개인정보, 사진을 포함한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리자 당사자 측은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강남 모녀에 대해 "선의의 피해자"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1일 보배드림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제주 여행을 다녀온 유학생 딸 A씨라며 실명(實名)과 사진을 담은 ‘강남모녀 신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전날부터 확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이 “제주도민으로서 한마디 올린 것”이라며 올린 게시물에는 A씨로 지목된 인물의 실명을 포함해 출신 고교·대학, 국적, 거주지 등 관련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도 여러 장 실렸다.
게시물에는 A씨가 미국 유명 대학에서 유학 중이며, 고교 시절 각종 국제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국내 유명 대기업 출신으로 현재 공공기관 원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게시자는 또 “엄마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역삼동 아파트를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글을 둘러싸고 네티즌 사이에선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강남구청장이 발벗고 (해명에) 나설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보통 금수저가 아니다”고 했다. “금수저는 다르긴 다르다” “(A씨 모녀의) 신상이 공개되고 국외로 추방당해도 동정을 안 할 것”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날 강남구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도 “부유층을 감싸고 도는 구청장 언행에 대단히 실망” “소문대로 모녀가 미국 시민권자라서 미국이 무서워 그런 것인가” 등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래도 일반인인데 신상을 공개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 "확진자가 민폐를 끼쳤다고 해서 흉악범처럼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는 반론도 많았다.
◇ “명백한 가짜 뉴스… 법적 대응하겠다”… 강남구 “개인정보 확인해 줄 수 없어”
A씨의 아버지로 지목된 B씨 측은 "가짜 뉴스"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B씨가 원장으로 있는 공공기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원장의 딸은 (10대가 아니라) 30대이고 최근 미국을 다녀온 적조차 없다”며 “원장의 딸은 게시물에 나온 여성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강남구청 측이 밝힌 A씨의 나이는 19세이다.
B씨 측은 “계속 문의 전화가 와 ‘가짜 뉴스’라고 대응하고 있다”며 “원장이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A씨의 입장을 대신 밝혀온 강남구는 “확인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확산하고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게시물에 올라온 인물이 A씨와 동일인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강남 모녀가 김학도 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의 가족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중기부는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된 ‘제주여행 다녀온 코로나 확진 모녀’의 전 중기부 차관 가족설은 허위임을 알린다”며 “해당 게시글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 정보를 유포하면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으로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위반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장희진 변호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부정한 목적으로 제공하거나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강남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학하다 지난달 15일 귀국한 A씨와 그 어머니는 지난달 20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제주도 입도 첫날 저녁부터 오한, 인후통 등 코로나 증상이 있었지만 닷새간의 여행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이를 두고 ‘외국을 다녀온 입국자가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이들 모녀는 선의의 피해자”라고 두둔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논란이 커졌다. 제주도는 지난달 30일 A씨와 어머니를 상대로 1억32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