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의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은 4·15 총선 결과와 관련, “문재인 정권이 코로나 확대 방지를 위해 열심히 한 것을 한국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니시노 교수는 이와 함께 “문재인 정권이 코로나 방역으로 한국이 칭찬받는 것을 잘 어필한 것이 승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고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 중의 한 명인 니시노 소장은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보수 야당의 이번 패배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2년 앞두고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기회”라며 “만약 그렇게만 되면 한국 정치에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8월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온건파인 이낙연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지, 친문(親文) 세력이 될 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집권 세력은 야당, 보수세력과의 대결 때문에 더 이상 (반일감정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일본에선 한국 총선거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나
“여당이 과반수 이상의 180석까지 얻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좀 놀랐다.”
―일본인 한국 전문가가 보기에 어떤 것이 여당의 승인이라고 보나.
“문재인 정권이 코로나 확대 방지를 위해 열심히 한 것을 한국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줬다고 생각한다. 감염자 수도 적었다. 세계의 이런저런 나라가 한국을 모범으로 본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방역으로 한국이 칭찬받는 것을 잘 어필한 것이 승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한국 보수 야당은 어떤 문제가 있었나.
“ 2월 중순에 보수세력이 뭉쳐서 새로운 당이 나왔지만, 그 당의 대표는 황교안 전 총리 그대로였다. 정말로 새로운 보수로 다시 태어나 변신하는 데는 실패했다. 선거 직전에 공천 문제가 일어났고, 선거전 중에는 세월호 사건 관련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발언을 했다. 결국 보수 세력이 다시 태어났다고 하는 게 위선이라는 게 입증돼버렸다. 그래서 결국 무당층 또는 중도층이 여당으로 투표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
― 황교안 전 대표는 정치가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그전부터 있었다.
“황교안 전 대표는 한국의 낡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야당의 대표를 맡아 보수가 다시 태어나는 것은 어려웠다.”
니시노 소장은 야당의 이번 패배가 보수세력 재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
“ 보수 야당은 이번 패배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패배는 보수 세력이 앞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를 2년 앞두고 다시 태어날 수도 있는 기회다. 이렇게까지 크게 져서 보수세력을 다시 세우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만약 그렇게만 되면 한국 정치에 플러스가 될 것이다. “
―선거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지역감정이 다시 부활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오는데.
“이번 선거는 지역감정보다는 이념대결의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선거를 포함해서 4번 연속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분석해 볼만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는 보수가 유리한 상황이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진보 세력이 선거에서 압승해서 국회의 3분의 2가량을 장악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에서도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일본 언론은 이번 총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더 강경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한국 총선결과가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기본적으로는 일본 언론의 그런 분석에 동의한다. 한일관계의 구조면에서 보면 상당히 어려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진보세력이 더욱 힘을 갖게 됐는데, 문재인 정권이 지난 2년간 해 온 것을 보면 (관계 개선이) 매우 어려워졌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 한국의 새 국회 구성 문제로 여름까지는 큰 움직임이 없을 것 같다. 변수는 청와대가 어떤 태세를 갖추느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인사를 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8월 여당의 전당 대회에서 이낙연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지, 친문(親文) 세력이 될지도 변수로 보인다.”
―아사히 신문은 압류된 일본 기업 현금화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는데
“즉각 현금화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문재인 정권은 지금까지 한일관계를 개선하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또 더 이상 악화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올해 3·1절 연설 때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 이상으로 악화하는 것도 가능하면 막으려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니시노 소장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했다.
“일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 즉 국민감정이다. 한국 측에서 보면, 지난해 일본의 수출 관리 문제로 한국 국민감정을 손상시킨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 여론도 그렇고, 이번에 당선된 여당 의원들은 이념 성향이 짙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먼저 (관계 개선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한일관계 관련,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어떤 것을 바라나.
"문 대통령에 대한 나의 희망 사항은 많이 있다(웃음). 무엇보다 양국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 징용 노동자, 위안부 문제는 어려운 문제다. 당분간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에서 먼저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것이 좋다.
역시 외교·안보 정책이 중요한데, 문재인 정권이 북한과의 관계, 한미동맹 관계에서 크게 움직이려고 할 때는 일본과도 논의해서 함께 협력할 것은 협력하기를 바란다."
―여당 내부의 문서를 보면 이번 총선거는 ‘한일전(韓日戦)이라고 규정하고 반일 감정을 이용하려 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일한관계가 한국의 국내 정치의 대립에 지배되는 상황이 다시 나오는 것은 양국관계에 좋지 않다. 한국의 집권 세력은 더 이상 야당, 보수세력과의 대결 때문에 (반일감정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과의 관계는 국가와 국가의 외교 측면에서 해주기를 희망한다.”
―도쿄에서 취재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일본사회의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해서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전 총리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앞으로 그가 여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가 한일관계에서 중요하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그는 당에서 온건파이다. 그런 사람이 당 대표가 돼 이끌고 가면 한일관계에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함께 정치를 해 온 이념 그룹이 전면에 나서서 엑셀을 밟으면 양국관계에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아베 정권은 한국 총선 이후, 양국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방향성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에 대한 비판도 많고,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어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외교공간은 줄어들었다. 일본도 한국에 대해 타협하려는 자세를 취하기는 어렵게 됐다.”
◇니시노 준야 현대한국연구센터 소장 약력
-연세대 정치학 박사
-게이오대 정치학 석사
-일본 외무성 정보국 한국 분석관
- 전문분야 : 한·일관계, 한국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