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CCTV 역학조사를 맡고 있는 서울 서초구청 스마트도시서비스팀 최정훈(24) 주무관이 구청 CCTV 관제실에서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10일치 분량의 폐쇄회로(CC)TV를 하루 안에 다 돌려봐야 하는 일도 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가는 속도보다 내가 늦으면 안되잖아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업무 최전선의 보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서초구청 최정훈(24)씨는 24일 “5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은 서래마을 칵테일바의 경우가 그랬다”면서 “확진자가 실제로 다녀갔는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지, 감염 위험이 높은 접촉자는 누구인지 빨리 가려내야 추가 확진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최씨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즉시 확진자가 진술한 동선을 따라가면서 CCTV, 카드 사용내역 등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감염 경로 '깜깜이' 실타래, 칵테일 바에서 풀렸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위치한 칵테일 바 '리퀴드 소울'의 첫 확진자(28)가 서울성모병원에서 발생했지만, 그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였다. 최근에 외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코로나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된 적이 없었다. 같은 날 서초구보건소에서 두 번째 확진자(40)가 발생했지만 그 역시 '깜깜이'였다. 보건소는 두 환자의 동선이 리퀴드 소울에서 겹쳤다는 점을 포착해 최씨가 속해있는 CCTV 역학조사팀에 현장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CCTV 역학조사팀이 서래마을 칵테일 바 '리퀴드 소울' 역학조사 중에 방호복과 고글,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팀이 CCTV를 확인하기 위해 바에 도착했을 당시 아직 소독 등 방역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팀원들은 흰색 방호복에 고글, 마스크, 장갑으로 중무장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최씨는 “옆에서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는 직원도 같이 CCTV를 돌려보다가 자신이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혹시 이 사람도 이미 감염된 것은 아닐까 순간 철렁했다”고 말했다.

최씨와 팀원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바이러스와는 무관한 업무를 맡았다. CCTV 관제실에서 근무했다. 통상 지방자치단체의 코로나 역학조사 업무는 보건소 직원들이 맡지만, 서초구의 경우 지난 2월 21일 ‘CCTV도 전문가가 봐야 한다’면서 관제실 직원들을 투입시켰다. 최씨의 CCTV 관련 업무 경력은 3년이지만, 그와 함께 조사를 나간 선배 직원들의 경력은 15년 안팎이었다. 경력 16년차 팀원은 “CCTV 화질이 나쁘면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경우도 많지만, 안경을 썼는지, 윗옷 색깔이 무엇인지, 신발 상표가 무엇인지 조합하면 추적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CCTV 베테랑들도 바이러스는 두려워했다. 이들은 “우리가 역학조사를 나오지만 감염 전문가는 아니다. 조사 다녀와서 목 아프고 몸이 쑤시면 ‘나도 코로나에 걸렸나’ 겁부터 난다”고 털어놨다. 결국 이들은 리퀴드 소울 2번째 확진자의 아내가 항공사 승무원으로 최근 미국을 다녀와 최초로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감염 경로를 찾아냈다.

◇전역 다음날부터 CCTV를 무기로 코로나와 싸워
최씨는 지난달 25일 복직과 동시에 코로나 역학조사팀으로 투입됐다. 2015년 2월 고교 졸업과 동시에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3년 후 군 복무를 위해 휴직했다. 그리고 전역 바로 다음날 구청으로 출근했더니 그가 속한 팀은 CCTV 역학조사로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서초구에서는 25일 10시까지 누적 3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보건소 관계자들은 “1~2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확진자 발생 24시간 내에 그의 최근 동선과 접촉자 파악을 마쳤다”면서 “그 일등공신이 CCTV팀”이라고 했다. CCTV 역학조사 팀원들은 “확진자가 낮에 생길지, 밤에 생길지 모르니 사실상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확진자 분이 자신이 다녀갔던 모텔 상호명을 잘못 기억해서 인근 모텔 7곳을 돌아다니며 CCTV를 돌려봤다”면서 “사설 탐정, 흥신소 직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의외로 모텔이든 어느 사업장에 가서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리고 CCTV를 보겠다고 말하면 다들 당황하지만 화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서 “시민 분들의 협조와 격려 속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