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돌격머리 맞아?”

20일 제주도 해병 9여단에 입소한 손흥민(28·토트넘)의 최근 모습이 2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됐다. 머리를 짧게 깎은 손흥민은 해병대 앵커가 박힌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활짝 웃고 있었다. 다수 네티즌들은 “군인 머리도 잘 어울린다”며 호의적인 반응이었으나, 일부 남성 예비역들 중에는 “머리가 말년 병장처럼 너무 길다”거나 “해병대 전통 돌격머리가 아니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손흥민 훈련병 모습

◇해병대 돌격머리? 언제부터?

해병대 신병지침서 규정에 따르면 상륙돌격형 머리는 ‘앞머리 3cm 이내, 귀 상단까지 5cm 올려 깎기’라고 되어 있다. 양 옆과 뒤쪽을 거의 삭발 수준으로 짧게 깎고, 윗 머리를 남기는 ‘모히칸 컷’과 유사하다. 현재 해병대 사령관부터 일선 부대 장교, 부사관, 병도 대부분 상륙돌격형 머리로 깎고 있다. 이는 상륙전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머리 부분 수술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돌격머리 스타일로 깎는다고 알려져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모히칸 컷으로 머리를 자른 미 육군 101 공수사단.

그렇다면 돌격머리는 언제, 왜 생긴 것일까. 유행이 먼저 생기고 해석이 나중에 붙었다는게 정설이다. 대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헤어스타일이 정식 규정으로 정해지자, 실용적 용도나 의미가 나중에 부여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원주민 부족이 하던 헤어스타일이 서부영화에 등장하면서 ‘용맹함’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됐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 101공수사단의 일부 장병들이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따라하면서 유행을 탔다. 현재 미 육군에선 이 헤어스타일을 하이 앤 타이트(High & tight)라고 부르고 미 해병대에선 자헤드(jarhead)라고 부른다.

이 헤어스타일이 한국에 전해진 것은 1980년대 쯤으로 보인다. 병 사이에서 유행을 타던 머리가 1990년대에 정식 규정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나 1970년대 한국 해병대원 사진을 보면 일반 스포츠형 머리와 똑같은 것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한국 해병대

◇‘오도’냐 ‘시대의 흐름’이냐

해병대 장병들은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않고 옛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람을 두고 “오도됐다”고 표현한다. 보통 병들 사이에서의 ‘전통 고수’는 간부들의 지휘방향과 상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간다는 의미로 ‘오도(誤導)됐다’고 한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오도된’ 해병대 돌격머리가 너무 공격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해병대 사령부는 일선 부대에 두발 규정 준수 지침을 내렸다. 지시는 ‘규정 준수’였지만 부대마다, 간부마다 지시 이행 정도는 달랐다. 일반 스포츠형 머리처럼 깎게 한 부대원들은 “돌격머리 전통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각 부대 이발병들은 전통적 돌격머리를 원하는 선임과 티나지 않게 자르길 원하는 간부 사이에서 곤혹을 치렀다.

가수 이정(왼쪽부터), 배우 현빈, 가수 오종혁의 해병대 군 복무 시절 모습.

그러나 가수 이정(1080기), 배우 현빈(1137기), 가수 오종혁(1140기), 배우 윤시윤(1184기) 등 유명 연예인들이 해병대에 연달아 입대하자 해병대의 전통적인 상륙돌격형 머리도 다시 허용됐다. 손흥민의 돌격머리에 비하면 옆과 뒤가 매우 짧고 전통적인 머리 형태다. 제주 9여단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은 “손흥민은 기수가 주어지는 정식 해병대원이 아니라,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만 받는 보충역 신분이기 때문에 해당 부대에서 돌격머리와 스포츠형 머리의 중간 정도로 적당히 깎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