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했던 ‘쇼트트랙의 황제’ 빅토르 안(35·한국명 안현수)이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러시아 빙상 연맹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

러시아 타스통신과 스푸트니크 등에 따르면, 이날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서울에 거주 중인) 빅토르 안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올해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완전 취소된 점, 나이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인 것 같다”고 했다.

타스통신은 “빅토르 안이 은퇴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지난 2018년 9월에도 은퇴를 발표했지만 5개월 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안현수가 은퇴 결정을 내리며 팬들에게 보낸 별도의 편지 내용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무릎 통증이 계속돼 최대한으로 훈련하는 게 매우 어렵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 은퇴를 결심했다. 선수 시절 도와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현수는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국적으로 출전해 금메달 3개로 3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의 황제’로 불렸다. 그러나 이후 안현수는 국내 빙상계 파벌 논란과 심한 무릎 부상을 겪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며 슬럼프를 겪던 안현수는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이어 안현수는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팀 소속으로 금메달 3개를 획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에서 7번째 금메달에 도전하려 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평창에 가지 못했다.

이후 안현수는 2018년 9월 러시아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갔으나, 이후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로 다시 갈 수도 있다는 뜻을 비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