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집 음석(음식)은 개미가 없다.'

경남 남해에서 수집된 이 문장에서 개미는 곤충 이름이 아니다. '어떤 음식이 지닌 본연의 냄새와 맛'을 뜻하는 방언이다. '잘 담근 젓은 곰삭헐수록 개미가 있다' '막 담은 짐치(김치)도 좋지만 묵은 짐장짐치(김장김치)라야 더 개미가 있다'처럼 쓸 수 있다.

온 국민이 함께 만드는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에 등재될 단어 100개가 2차로 선정됐다. 조선일보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함께 펼치는 캠페인의 결과물로, 지난 1월 처음 100단어를 선정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말모이 운동을 주관하는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소속 연구원들과 지역별 방언 검수단 등 국어학자 스무 명이 지난해 10월부터 말모이 홈페이지와 사무국으로 접수된 단어 3만여 개 중 엄선해 단어 100개를 선정했다.

특유의 입말들이 맛깔스럽다. 충북 방언 '도가다하다'는 '매우면서 짠맛'을 표현한 말. '음석이 어째 죄다 도가다하네'라고 하면 '음식이 어째 죄다 맵짜네'란 의미다. 강원 지역에서 '무달'은 '달 언저리에 둥그렇게 생기는 구름 같은 허연 테', 표준어 '달무리'와 같은 뜻이다. '무달이 뜨는 해는 비가 많이 오고 붉은 달이 뜰 때는 가문다'는 예문이 강원 인제에서 수집됐다.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을 때, 제주 사람들은 '중치 멕히다'고 한다. '경 곧는디 중치 멕혀라. 아이고, 시상'(그렇게 말하는데 말문이 막히더라. 아이고, 세상)이라는 예문이 등록됐다.

'조밥'(조와 쌀을 섞어서 함께 지은 밥)을 경기에선 '상반밥'이라고 부르고, 충남에선 '아니꼽다' 대신 '내꼽다'라고 쓴다. '해전'(아침부터 저녁 내내를 이르는 말), '깡개'(누룽지) 등 충남 방언 열 개를 선정한 박원호 한남대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은 "대중성 있고 널리 쓰일 수 있는 단어들을 우선 골랐다"고 밝혔다.

북한 말도 흥미롭다. '온천하다'는 말은 '믿음직스럽고 야무지다'는 뜻. '그 동무가 온천해서 그럴 줄 전혀 몰랐단 말임다' 하면 '믿음직스럽고 야무져서 그럴 줄 전혀 몰랐다'는 얘기다. '그쯘하다'(제대로 구색을 갖추다)는 단어도 있다. '세대주(남편) 옷차림은 그쯘하게 입혀야 한다'는 예문이 등록됐다.

최근의 북한 사회를 반영하는 낱말들도 볼 수 있다. '하모니카 주택'은 '하나의 집을 여러 개로 쪼갠 집', '사사끼'는 북한에서 유행하는 카드놀이다. 엄인영 세종국어문화원 연구원은 "특히 사사끼는 북한 이탈 학생들이 '사사끼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할 정도로 북한에서 널리 유행하는 놀이"라며 "남한에 와서도 북한 이탈 주민들이 사사끼 대회를 열 정도로 그들 사이의 매개체가 되는 단어"라고 했다.

말모이 홈페이지(malmoi100.chosun.com)에서 2차로 선정된 단어 100개와 뜻풀이, 예문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집이 끝나면 국어학자들의 검토와 정제 과정을 거쳐 지역별 방언 전문가들과 국립국어원이 최종 검수해 오는 10월 사전으로 펴낼 예정이다. 김형주(상명대 교수)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사무국장은 "말모이 사전은 기존 국어사전들과는 달리 한 단어가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불리는지 전국 방언 정보를 최대한 넣고, 단어에 얽힌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소개하는 '문화 사전'으로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