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남극에서 ‘지구 최강의 동물’로 불리는 신종(新種) 물곰〈사진〉을 발견했다. 물곰은 몸길이가 1.5㎜를 넘지 않는 완보동물(緩步動物)이다. ‘느리게 걷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1776년 이탈리아 과학자 스팔란차니가 같은 뜻의 이탈리아어로 ‘타르디그라도(il Tardigrado)’라고 이름을 붙였다. 물속을 헤엄치는 곰처럼 생겼다고 물곰(wa ter bear)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곤충과 거미, 갑각류 등이 포함된 절지동물의 이웃으로 다리가 8개다. 극지연구소 극한생물탐사팀 박태윤 박사 연구진은 남극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 인근 빙하 호수에서 찾아낸 신종 물곰에 ‘닥틸로비오투스 오비뮤탄스(Dactylobiotus ovimutans)’라는 학명을 붙이고, 실험실에서 키워 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곰은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동물로 잘 알려졌다. 앞서 200년 된 마른 이끼와 30년간 냉동 보관된 이끼에 있던 완보동물의 알이 부화한 사례도 학계에 보고됐다. 영하 273도 극저온이나 151도 고열에도 끄떡없다.
뛰어난 생존 능력과 달리 완보동물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키우기 까다로운 종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배양에 성공한 완보동물은 30여 종이며 이 가운데 극지방 종은 1종에 불과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번에 극지 물곰으로는 두 번째로 배양에 성공했다.
물곰의 생존력은 우주 공간에서도 입증됐다. 대부분 동물은 10~20Gy(그레이) 정도의 방사선량에 목숨을 잃는데 물곰은 5700그레이의 방사선도 견딘다. 유럽우주국(ESA)은 2007년 무인 우주선에 물곰을 실어 우주로 발사했다. 12일 뒤 지구로 귀환한 물곰들에게 수분을 제공하자 일부가 살아났다.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에서 치명적 방사선에 견딘 생명체는 물곰 이전에 이끼와 박테리아밖에 없었다. 동물로는 물곰이 최강인 셈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지구에 사는 동물 중 외계 생명체로 가장 적합한 후보’로 물곰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