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우리나라가 가진 자산이 1000조원 넘게 불어났다. 그런데 늘어난 자산의 80%가 부동산 가치 상승분이었다. 특히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 가치가 지난해 347조1000억원 늘어나 총 5000조원을 돌파했다. 미친 집값 상승세로 나라 전체 가계부가 든든해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겼을 뿐, 실제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과는 거리가 있다.
2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총 국부(國富)는 1경6621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6.8%(1057조7000억원) 늘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매년 말 기준 가계·기업·정부 등 우리나라 경제주체가 보유한 국내외 자산을 모두 더한 국부를 기록한 일종의 회계장부다. 이제껏 우리 경제가 쌓아온 재산 상태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1995년부터 집계해왔다.
◇3년 새 거주용 부동산 가치 1000조 뛰어
작년 국부 증가분의 80%인 851조원은 부동산(이하 건설자산+토지자산) 가치 상승분이었다. 가계 자산이 그렇듯 나라 전체 자산도 크게 금융자산과 비금융자산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가 가진 순(純)금융자산(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것)은 580조원으로 전체 국부의 3.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비금융자산이고, 비금융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작년 말 한국감정원 시장가격과 한국부동산연구원의 감정평가 가격, 지가변동률 등을 종합해 구한 부동산 자산 가치는 총 1경4120조원으로 국부의 85%를 차지했다. 건설자산과 토지자산을 합친 것이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의 가치가 총 5056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00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새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7.4%(약 347조원) 넘게 불어났다. 고삐 풀린 집값 상승세 여파다.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지난 2016년 말 4000조원을 돌파(4005조2000억원)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불과 3년 사이 1000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작년 GDP(국내총생산)는 1.1% 늘어난 데 비해 부동산 가치는 6.4% 급증한 결과, 부동산 가치가 GDP의 7.4배에 달했다. 이는 2018년 기준 캐나다(4.1배)나 영국(4.7배), 일본(5.3배), 호주·프랑스(5.9배)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국민의 소비 여력이 늘어나거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게 아니며, 부자가 된 듯한 착시현상만 생길 뿐"이라며 "나라의 부(富)가 부동산에 쏠릴수록 부동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장부와 실제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토지자산 중 수도권 비중이 56.9%, 다시 수도권 집중
전체 토지자산 가치 중 수도권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56.9%(2018년 말 기준)를 차지했다. 2012년 세종시 출범과 2013년 지방혁신도시 개발 등으로 수도권 쏠림이 다소 완화되는 듯했지만, 다시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보유세 강화 조치 등이 시행되면서 지방 집을 팔고 서울·수도권 지역에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구당 순자산은 4억6268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전체 가계 순자산을 추계가구(약 2012만호)로 나눈 것인데, 여기에는 일반가계 외에도 소규모 개인사업자와 종교단체 등 민간 비영리단체까지 포함돼 있어 일반적인 가구당 순자산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 간 물가 차이를 감안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가구당 순자산은 지난해 53만8000달러였다. 2018년 기준 미국(86만3000달러), 호주(74만2000달러), 캐나다(59만9000달러)에는 못 미쳤고 프랑스(52만1000달러), 일본(48만6000달러)보다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