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고의 오장한(3학년·우익수)은 배트를 붙잡고 홈플레이트에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타석을 떠나지 못했다. 더그아웃과 경기장 인근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도 아쉬움에 ‘아’하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25일 서울 양천구 신월야구장에서 동산정보산업고와의 32강전을 마치고 만난 장안고의 오장한.

오장한은 25일 동산정보산업고와의 제75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32강전(서울 신월야구장)에서 1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오른쪽 3루타를 쳤다. 3회 두 번째 타석은 좌월 투런포를 터뜨렸고, 4회 세 번째 타석에선 2타점 우전 안타를 쳤다. 6회 2사 2루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2루타 하나만 더 추가하면 생애 첫 ‘사이클링 히트'(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치는 것)’를 달성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록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스윙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상대 투수도 폭투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오장한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장안고가 7회 콜드게임으로 8대1로 승리하면서 이 타석이 오장한의 이 경기 마지막 타석이 됐다.

장안고 오장한(가운데 검은색 상의 유니폼)이 6회 말 공격에서 헛스윙하는 모습.

경기 후 만난 오장한은 “2루타만 추가하면 생애 첫 사이클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타석에 들어섰다”며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삼진을 당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오장한은 타격뿐만 아니라 투수로도 재능이 있다. 그는 최근 열린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권 A에서 2승(무패),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며 장안고(6승1패)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3㎞. 작년엔 시속 147㎞까지 찍었는데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못 해 구속이 좀 떨어졌다. 하지만 볼끝은 여전히 좋다는 평가다.

오장한은 투·타 모두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타자로선 장타력에 자신이 있다.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 파워를 높이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수로선 공을 잘 눌러서 던진다. 묵직한 구위가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롤 모델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다. 오장한은 “‘5툴(장타력, 타격 정확도, 주루, 수비, 송구 능력)’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