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의 5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최대한도(3억원)로 빌리고, 회사에서도 대출 1억원을 받았다. 남은 1억5000만원은 자신의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했다. 이씨는 "집값이 급격히 치솟는 바람에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러 대출받아 샀다"고 말했다.

부동산 민심, 촛불정권에 촛불 들다 -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증세에 반발하는 시민 15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사유재산 보호하라” “징벌 세금 못 내겠다” 등 구호를 외치며 신발을 하늘로 던져올리는 퍼포먼스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18일 열린 첫 집회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집·전셋값이 오히려 천정부지로 뛰자 종잣돈이 부족한 2030세대들이 빚을 지면서까지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2년간 시중은행 신규 주택담보대출 288조1000억원 가운데 30대가 받은 대출액이 102조7000억원(36%)으로 가장 많았다.

2030세대의 주택담보대출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18년 6월~작년 5월과 작년 6월~지난 5월까지 1년 단위로 비교했을 때, 30대가 받은 주택담보대출(신규)은 43조9000억원에서 58조8000억원으로 14조9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도 4조 500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0대와 20대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는 과거에 비해 이례적으로 가파른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전세자금 대출 역시 지난 2년간 71조2000억원 중 30대가 절반 가까운 30조6000억원으로 1위였다. 이어 40대(16조1000억원), 20대(15조2000억원) 순이었다. 전세대출 증가 속도는 20대가 가장 두드러졌다. 2018년 6월 말 4조9000억원이었던 전세대출 잔액이 지난 5월 말 14조9000억원으로 2년 만에 3배로 불어난 것이다.

2030세대들이 빚을 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까지 들썩거리고 있다. 노원·강북·금천·관악 등지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3개월 사이에 30%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중심지에서 전세로 살던 젊은이들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조바심에 집값이 낮은 지역에서 '패닉 바잉(공황 구매)' 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급격한 대출 증가는 연체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0대의 대출 연체율은 전 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전월보다 0.8%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2030세대의 과도한 부채는 저출산·소비 감소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