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4일 하루 동안 전국의 의사들이 파업을 할 겁니다. 9월 2차 파업, 10월 3차 파업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7일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등 정부 의료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다음 달 14일 전국의 의사들이 하루 동안 파업을 벌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7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파업 얘기부터 꺼냈다. 의협은 의대 정원 2022년부터 10년간 4000명 증원, 한약(탕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 사업, 공공 의대 신설, 원격의료 도입 등을 정부의 '의료 4대악(惡)'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진료 및 영리 병원 반대 총파업 이후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파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번 파업에는 개업 의사는 물론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전공의들도 동참하기로 했다"며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9월에 2차, 10월에 3차 파업을 더 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의협 차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방역 최일선의 의사들이 파업을 벌인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이 코로나 대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의대 증원 반대를 '밥그릇 지키기'로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인한 지역별, 전공별 의사 분포 불균형이 문제다. 1990년대 한 해 의사가 2500여명 나올 때 외과 의사는 200여명 배출됐다. 한 해 배출하는 의사가 3058명으로 늘었는데도, 외과 의사는 작년에 120여명 나왔다. 미용 성형 관련 의료를 하는 의사가 전체 활동 의사 10만명 중 3만명이다. 반면 흉부외과 의사는 씨가 말라서 나중에 폐 수술 받으러 중국 가야 할 판이다. 외과 등에 대한 보험 수가 인상 없이 의사가 늘어나겠느냐."

―수가 인상하면 그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장담할 수 있나.

"미용 성형 업계는 지금도 경쟁이 치열하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황은 나아질 것이다."

―10년간 지역에서 일할 의사 3000명 배출 등은 정부 발표가 일리 있어 보인다.

"근무 지역을 제한하는 지역 의사제는 위헌 가능성 높다고 한다. 또 면허 취득 후 인턴(1년), 레지던트(4년) 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5년 근무에 불과하지 않으냐."

―의사 증원 등에 대해 정부와 협의가 있었나.

"없었다. 어느 나라든 국가 정책으로 의사 수를 관리한다. 의사가 과잉되면 그 자체가 수요를 창출해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맞는지 협의하고 정책을 짜야 하는데, 정부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심도 있는 논의 없이 2개월 만에 결정했다. 중국 맨발의사(문화대혁명 시기 농민 등이 6~12개월 의료 교육을 받고 투입된 의사) 제도야 극단적 상황이니까 효과를 본 건데 우린 상황이 다르다."

―한약 건강보험 적용은 환자들에게 좋은 것 아닌가.

"안면마비, 생리통 같은 한방 첩약 처방 시범 사업 대상이 문제다. 안면마비 절반이 단순한 '구안와사'가 아니라 뇌종양 등 다른 질병으로 발생한다. 한방은 이를 진단할 의료 기술과 장비가 없다. 생리통도 응급 수술이 필요한 자궁 외 임신이나 임신 초기 증세일 수 있다. 진맥 짚고 한약 처방하면 어떻게 되겠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정부가 책임질 것인가."

―코로나 감염증으로 비대면 진료 요구가 늘고, 원격의료를 하자는 의사도 많다.

"의협도 감염병 비상사태 시 비대면 진료를 찬성한다. 다만 일반 상황에서는 환자를 직접 보고 진료해야 과오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동네 의원이 참여해 만성질환자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 회장과 인터뷰를 한 이날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의대생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에 무지한 자들이 의료 공공성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도 이날 온라인 긴급 대의원회의를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최 회장과 의협의 주장에 대해 "의협과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접적인 비판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