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 신고전(新古典) 학파의 창시자이자 영국 경제학자인 앨프리드 마셜(Marshall)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둘 모두"라고 말한 바 있다. 차가운 머리를 주로 쓰는 경제 금융 분야에서 일해온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실제로 일깨워준 건 조선일보였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이던 2011년 조선일보의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 캠페인 '장애를 껴안으면 능력이 보입니다'에 참여했다. 당시는 총인구의 5%가 장애인이었는데, 민간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은 3% 안팎에 머물렀다. 국민연금은 그해 상반기 신규 채용 인원 320명 중 10%를 장애인들에게 할당했다. 왜소증을 지니고 있는데도 활달한 성격이었던 여직원, 고교 때 척추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공기업 10여 군데에 낙방한 뒤 국민연금에 최종 합격한 남직원 등과 함께 찍은 기사 사진은 지금 다시 봐도 감동을 준다. 그 사진은 국민연금 홍보 책자의 표지로 사용됐다. 그 후로 나는 '열린 마음으로 장애인을 껴안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장애인 복지'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살고 있다.
조선일보의 '작은 결혼식' 캠페인에 우리 가족 사연이 소개된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금융위원장에서 막 물러난 2009년과 국민연금 이사장이었던 2010년 각각 둘째딸과 첫째딸을 시집보냈다. 공직에 있다는 부담감과 검소한 문화를 실천하겠다는 신념으로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양가 가족들만 참석한 채 결혼식을 올린 게 조선일보를 통해 알려졌다. 주위 가까운 분들께 결례해 죄송하고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귀한 릴레이에 동참하게 된 건 축복이었다. 나의 자녀 결혼 철학은 'NO 혼수, NO 하우스'였고 이 신조는 막내아들 결혼 때도 지켜져 다행이었다. 당시 조선일보 '작은 결혼식'의 또 다른 슬로건은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였다. 기뻐해야 할 결혼식이 부모의 눈물로 얼룩지는 아픔이 이 캠페인으로 많이 사라졌으리라 믿는다.
창간 10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가 다가오는 100년에도 한국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소중한 역할을 계속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