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 수사팀이 지난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압수 수색한 근거는 법원이 사실상 테러 사건 등 중대 범죄에나 발부하는 '감청(監聽) 영장' 수준의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유심 카드를 공기계에 꽂아 인증 번호를 받는 방식으로 메신저 우회 접속'이라는 내용을 적시했고, 김태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를 발부해줬다. 법조계 및 IT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감청' 행위로 별도의 '감청 영장'을 발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당초 한 검사장의 유심카드를 꽂은 공기계에서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사용 내용을 확인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접속에 실패하자 수사팀은 카카오톡 로그인을 시도했다. 카카오톡 '본인 인증' 과정에서, 수사팀은 한 검사장인 것처럼 인증을 거쳐 새로운 비밀번호를 받았다. 이를 통해 수사팀은 압수 수색 당시 한 검사장이 평소 열어놓았던 카카오톡 대화방으로 오는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감청'에 해당한다.

IT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는 "유심을 공기계에 꽂아서 인증 번호를 받는 순간 '감청' 단계에 들어간다"며 "별도로 감청 영장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데 이를 건너뛴 검찰과 제지 없이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 둘 다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이 카카오톡 회사를 속이는 위법한 기망(欺罔) 수사를 벌이도록 법원이 영장을 내준 전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지검 측은 "과거의 대화 자료에 한정해 압수 수색을 집행했을 뿐, 실시간으로 오가는 대화를 들여다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사안은 압수 수색 영장 발부와 집행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통신제한조치(감청)는 테러(인질 강요) 사건 등 중대 범죄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어,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게 적용하려는 강요미수 등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 일각에서는 "'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했던 한 검사장에게 '구원(舊怨)'을 가진 판사들이 '묻지 마' 영장 발부를 하고 있다"며 "여권 인사 의혹에 대해선 휴대폰 압수 수색 영장조차 잇따라 기각한 것과 대비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원은 조국 전 장관,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휴대폰 압수 수색 영장을 수차례 기각했고,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한 신체 압수 수색 영장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