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안보 실세'로 불리던 박선원(57·사진) 현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보를 내정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최근 국정원 조직 개편으로 해외·대북 업무를 동시에 관장하게 된 국정원 1차장(차관급)은 김상균(58) 전(前) 2차장이 맡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 신임 2차장에는 박정현(58) 국정원장 비서실장, 3차장엔 여성인 김선희(51) 국정원 정보교육원장을 각각 내정했다. 국정원 차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강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신임 박지원 원장 임명과 국정원 직제 개편에 맞춰 조직 활력 제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박선원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내며 서훈 당시 국정원 3차장(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물밑 추진했다. 386 운동권 출신(연세대 82학번)으로 반미 학생운동 조직인 '삼민투'에 몸담았고,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선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돼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외교 관료들과 자주 부딪혔다.
김상균 차장은 2018년 3월과 9월 서훈 당시 국정원장 등과 함께 대북 특사단으로 평양에 다녀오는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계에서 한 축을 맡아왔다. 문 대통령이 박지원 국정원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김상균 1차장, 박선원 기조실장' 체제를 구축해 집권 후반기 남북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국정원 조직을 바꾸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