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5일 MBC의 이른바 ‘검·언(檢言) 유착 의혹’ 보도에 현 정부 고위직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31일) MBC 보도를 전후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지OO-최강욱-황희석의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민변 출신 권경애(55) 변호사의 주장을 언급하면서 "공작정치, 권언유착의 실체 드러나다.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권 변호사는 "MBC의 한동훈과 채널A 기자의 녹취록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거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권 변호사는 이 전화를 건 인사에 대해선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한 위원장은 '(MBC와) 통화를 한 것이 보도 이후'라고 하나, 3월 31일 MBC 보도에는 아직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그(한동훈)의 얘기가 나오는 것은 4월 2일 보도로, 거기서도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런데 벌써 '한동훈 쫓아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방송통신위원장, 열린민주당 대표이자 의원(최강욱), 같은 당의 최고위원(황희석)이 한동훈을 쫓아내는 '작전'을 공유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와 관련한 본지 취재에 "(권 변호사와) 한 차례 통화한 적은 있지만 MBC 보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며 "그 통화도 MBC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에 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MBC는 지난 3월 31일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첫 보도했다. MBC 보도는 '채널A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검찰 고위 인사와 협력해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협박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관계자의 비리를 취재하려고 했다'는 취지였다. MBC의 첫 보도 직후부터 이 사건은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제보자X'로 불리는 지모씨가 MBC와 함께 한 검사장을 엮으려 했다는 '권·언 유착' 사건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진 전 교수는 "이게 단순히 사건의 성급한 '예단'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라며 "왜냐하면 한동훈을 쫓아내기 위해 세 가지 거짓말을 만들어냈다. 실수가 아니라 의도라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세 가지 거짓말'의 주체로 최강욱 대표와 KBS 등을 언급했다.
최 대표는 지난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기자 발언 요지'라는 제목으로 채널 A기자가 제보자 지씨 등과 접촉했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대화 내용 중 '이(철) 대표님,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 등 상당 부분은 공개된 편지, 녹취록에 없는 내용이었다.
또 KBS는 지난달 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만나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대화 녹취록 내용을 취재했다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공개된 녹취록 내용이 보도 내용과 달라 논란이 됐고, KBS는 사과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이 KBS 기자에게 잘못된 수사 정보를 전달해 '왜곡 보도'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 전 교수는 "결국 이 공작에 한상혁 방통위원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간부까지 가담했다는 얘기"라며 "그리고 거기에 MBC가 동원되고, KBS가 이용됐다. 특히 MBC의 경우 이 공작을 위해 매우 치밀한 함정취재의 계획까지 세웠다"고 했다.
이어 "그뿐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이 공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심지어 이 일로 헌정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으니까"라며 "이 과정에서도 법무부의 문안이 사적 루트로 최강욱-최민희에게 누출되는 이상한 사고도 일어났다. 엄청난 사건"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애먼 검사장을 음해하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고 날조하고 공권력을 남용했다"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중대범죄"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에서 이제라도 한동훈을 잡아넣으려 했던 그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이 사건에 쏟기를 바란다"며 "수상한 문서누출 사건, 황당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하여 추미애의 법무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하여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