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음악의 허들을 낮추고 싶어요, 어렵지 않거든요. 저희가 밴드임에도 다양한 음악을 하는 이유죠."(조원상)
'리드 기타' 대신 '바이올린'을 내세운 개성 강한 밴드 '루시(LUCY)'가 데뷔 3개월 만인 13일 오후 6시 첫 번째 미니앨범 '파노라마(PANORAMA)'를 발매했다.
이날 앨범 발매 전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프로듀서 겸 베이스 조원상은 최근 다양한 밴드가 활동하는 것에 대해 반겼다.
최근 '아이돌 명가' JYP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데이식스'를 비롯 다양한 스타일의 밴드가 잇따라 출현하면서 K팝 신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조원상은 "데이식스 선배님들을 좋아해요. 그리고 요즘 다양한 밴드들이 나와 밴드가 '록만 한다'는 관념도 깨고 있죠. 최근 '원위'라는 밴드가 관심이 가요. 힙합 느낌을 내는 밴드"라고 전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신예찬은 "바이올린은 조금 더 많은 소리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수 있어요. 조금 더 폭넓게 우리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여겼다.
지난해 JTBC 밴드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 루시가 준우승한 뒤 합류한 메인 보컬 최상엽은 "해외 밴드에는 바이올린을 내세운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루시가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루시의 특이점은 또 있다. 과거 베이스를 연주한 드러머인 신광일이 보컬도 겸한다. 최상엽이 영입되기 전까지 그가 팀에서 주요한 보컬이었고, 지금은 투 보컬을 내세운다.
세계적으로 봐도 드러머가 보컬을 맡는 경우는, '너바나' 출신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보컬을 담당하는 미국 얼터너티브 밴드 '푸 파이터스' 등을 제외하고 드물다.
신광일은 "원래는 베이스를 치며 보컬을 담당했어요. '슈퍼밴드'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드럼을 쳤어요. 연습 때도 무조건 노래를 하며 드럼을 친다"고 전했다.
루시의 첫 미니앨범 '파노라마'는 여름의 다양한 단상들을 담아냈다. 지난 5월 첫 싱글 '개화'로 따듯한 봄을 노래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청량한 여름을 이야기한다.
소속사 미스틱 스토리 대표 프로듀서인 윤종신은 이들의 이번 앨범에 대해 "또래보다 성숙한 가사를 썼다"고 들었다. 오랜기간 해외를 돌아다닌 '이방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윤종신의 여행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다는 루시 멤버들의 말마따나 '파노라마'는 공간과 시간의 풍경을 담았다.
특히 여름날 어느날 하루의 모든 모습을 담아낸 '청각의 시각화'가 돋보인다. 아침의 싱그러운 하늘을 연상케 하는 첫 번째 트랙 '조깅'부터 한여름 밤 페스티벌의 열기를 담은 '플레어(Flare)'까지 점점 더 짙어지는 여름의 농도를 트랙 순으로 배치했다.
'조깅'은 통통 튀는 청량한 멜로디 라인과 제목처럼 빠르게 달려 나가는 템포가 특징. 경쟁하듯 뛰기만 하는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속도감에 맞춰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가사를 얹었다
수록곡 '수박깨러가'는 경쾌한 트로피컬 장르로 시원한 여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서브 타이틀 곡인 '스트레이트 라인'은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팬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나아가고 싶다는 루시의 마음을 담았다.
싱어송라이터 수란이 피처링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미싱 콜'은 헤어짐으로 생긴 부재를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풀어내 풍부한 감정선을 표현했다.
멤버들은 수란이 이번 앨범에 힘을 실은 것에 힘 입어 다양한 뮤지션들과 협업하고 싶다고 했다. 신예찬은 아이유, 신광일은 데이식스, 최상엽은 밴드 '소란'의 고영배과 최백호를 꼽았다. 조원상은 학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다는 '레드벨벳' 조을 지목했다.
무엇보다 슈퍼밴드는 현악기 바이올린이 주는 따뜻한 울림, 앰비언스 사운드(공간마다 고유한 특징의 사운드) 활용이 특징인 팀이다. '슈퍼밴드' 때부터 이들의 음악이 '앰비언스 팝'으로 불린 이유다.
조원상은 "주변의 말 소리와 백색소음 등을 잘 활용했는데, 앞으로도 하나의 공간과 시간을 분위기를 잘 담아놓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바랐다.
대표적인 팝 밴드로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란의 고영배는 "우리도 전통적인 의미의 밴드 음악을 해온 것이 아니라 루시를 보고 더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면서 "'조깅'을 듣고는 페퍼톤스에서 받았던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루시처럼 인기도 많은데 타협하지 않고 음악을 하는 많아져야 좋다. 그래서 루시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