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응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 내부에서 “니 편 내 편을 갈랐다” “말로만 민생을 외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여론조사 숫자로도 나타나지만, 우리는 지금 위기 상황에 처했다”며 “아니, 지지율 숫자는 현실을 다 드러내지도 못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우리 편과 저 편을 가르기 시작했고 이중 잣대로 가늠했다”며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몸은 과거사와 검찰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국정철학의 주요 축인 평등과 공정, 정의의 가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거꾸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 의원은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8·29 전당대회에 대해 관심, 논쟁, 비전이 없는 ‘3무(無) 전당대회’라며 “분명 비정상”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다’라고 하시는 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청와대와의 수평적 관계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하시는 분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그러니 ‘논쟁’이 없고,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후보들이 친문(親文) 표심을 받기 위해 같은 목소리만 내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조 의원은 “몇몇 주류 성향의 유튜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고,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했다.

당 대표 후보들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어떤 후보한테 물어보니 ‘일단 당선되고 봐야 하지 않겠나. 당선되고 나면 달라질 거다’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다른 후보는 ‘당이 혼란스러운데 내가 나서서 중심을 잡아야 할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며 “후보님이 표를 쫓아 우왕좌왕인데 당선되더라도 당의 진로를 더욱 혼미하게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전대 때도 토론과 경쟁이 없는데 전대 끝나면 변할 거라는 후보 말에 그리 그리 큰 믿음이 가진 않는다”고 했다.

조 의원은 “지금 이 순간도 (이런 비판 메시지를) 쓸지 말지 주저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좋은 게 좋다고, 더 이상 미운 털 박힐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수시로 자기 검열했음을 고백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내부총질해서 누구 좋은 일을 시키냐’ ‘지금은 평가가 아닌 힘을 실을 시간이다’ 같은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고 했다. 당내 소신파로 불리는 조 의원은 지난해 ‘조국 사태’와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었다.

그는 “SNS나 방송에서 ‘정면돌파다. 큰 걱정할 필요없다’는 당당한 주장은 대놓고 실명을 걸고 나오는데, ‘이대론 안 된다. 큰일이다’는 우려는 어쩌다 한 번 익명으로 나온다”며 “당당한 실명이 소심한 익명을 공격하기도 한다. 계속 자기검열에 열중하다 보면 그 익명조차 사라지겠다 싶은 조바심이 든다”고 했다. 여권 내 자성이나 소신 목소리를 내지 못 하도록 압박하는 당의 분위기를 비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