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츠카 마사유키 일본 국민주권당 대표 등이 지난 15일 '노 마스크' 상태로 야마노테선 전철에 올라타 한 바퀴를 도는 모습.

지난 15일 일본 도쿄도 시부야역 한쪽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코로나는 그저 감기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행사가 열렸다.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노 마스크 데모’였다.

수십명의 참가자들이 ‘감염 희망, 백신 반대’ ‘3밀(밀착·밀집·밀폐) X, 소셜 디스턴스(사회적 거리두기) X’ 같은 문구를 내걸고 마스크 착용 반대를 외칠 때까지만 해도 이 모임은 그저 특이한 사람들이 벌이는 ‘그들 만의 행사’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노 마스크 일행은 이후 자리를 옮기면서 일반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리게 된다.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겠다며 마스크 없이 도쿄 도심을 순환하는 전철 ‘야마노테선(山手線)’ 일주(一周)를 감행한 것이다. 야마노테선은 시부야역을 비롯해 신주쿠역, 우에노역, 도쿄역 등 교통 중심지와 번화가를 두루 거치는 라인이라 유동 인구가 많은 노선으로 꼽힌다.

이들은 맨얼굴로 시부야역에서 열차에 올라타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인터뷰를 하면서 한 시간여를 보냈다.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시부야역에 내려서는 단체사진을 찍고 헤어졌고, 이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이날 이들과 마주친 일반 시민들은 마스크를 고쳐 쓰고 멀찍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15일은 도쿄도에서만 감염자가 385명 발생한 날이었다.

'노 마스크'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지난 8일 야마노테선 일주 당시 셀카를 찍은 모습.

노 마스크 집회 참가자들은 앞서 9일 이미 시부야역에서 행사를 벌인 뒤 단체 일주를 시도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당시 시민들이 경찰을 부르는 등 만류하면서 단체 일주가 취소됐는데, 일주일도 안 돼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이를 온라인 실시간 방송까지 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일부 노 마스크 지지자들이 전날인 8일에도 야마노테선 일주를 하고 인증샷을 남긴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잇달아 벌어지는 노 마스크 일주 행사 때문에 야마노테선 전철은 공포 노선이 돼 가고 있다. ‘이 시간대에는 야마노테선을 피해야 한다’며 노 마스크 집회 일정을 공유하거나 ‘마스크 미 착용자는 승차 규정 위반으로 하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이들을 단죄해선 안 된다는 옹호론도 없지 않지만, 집회 참가자들을 ‘바이오 테러리스트’라 부르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실수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야마노테선에 올라탄 이들을 ‘노 마스크 집단’으로 의심하며 SNS로 저격하는 사례도 생겼다.

하지만 행사를 주최하는 ‘국민주권당’이라는 단체는 집회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단체 대표 히라츠카 마사유키(38)는 지난달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8997표만 얻고 22명 중 12위로 낙선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비난 속에서도 노 마스크 행사를 강행하는 건 그저 히라츠카 대표의 인지도 높이기 전략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