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 상가 건물 여성 화장실에 붙은 '여성전용마사지' 광고 스티커.

지난 2~3년 동안 서울 중심부에 있는 상가 건물의 여자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다. 이 광고엔 마사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고 온라인과 SNS에 ‘빅가이’를 검색하라고만 할 뿐이다. 여성의 피부나 체형을 관리하기 위한 여성 전용 마사지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그 마사지는 훈남이 하지도 않으며, 화장실에 ‘빅가이’란 광고를 붙이지도 않는다. 대체 기존의 여성 전용 마사지와 무엇이 다를까. ‘아무튼 주말’이 여성 전용 마사지를 표방한 업체 다섯 군데를 무작위로 골라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연락해봤다.

B코스는 키스방, C코스는 안마방 수위

'여성 전용 마사지' '훈남 마사지'를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토닥이' '강남토닥이'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기존의 미용이나 휴식을 위한 여성 전용 마사지와 구별되는 지점 중 하나다. 신종 마사지는 속칭 '토닥이'로 불리고 있다.

국내 최대 여성 전용 마사지를 표방하는 A업체에 제일 먼저 카톡을 보냈다. A코스는 60분에 걸친 10만원짜리 전신 마사지이고, B코스는 90분 14만원으로 전신과 센슈얼 마사지, C코스는 120분 17만원에 전신, 센슈얼, 감성 마사지라는 안내를 카톡으로 받았다.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주소로 나와 있는 가게에 방문하거나 고객이 있는 곳으로 마사지사를 부를 수 있다. "센슈얼과 감성이 무엇이냐"고 묻자 "B코스는 성감을 자극하는 마사지이고, C코스는 감미롭고 깊이 있는 마사지"라며 "자세한 설명은 마사지사에게 들으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세한 설명을 위한 통화를 요구하자 "문제 소지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 통화도 안 된다"고 했다.

찾아갈 수 있는 공간 없이 출장만으로 이뤄지는 B업체에 카톡을 보냈더니 A업체와 비슷한 내용의 답변이 왔다.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전화통화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남자들이 가는 업소 기준으로 보자면 B코스는 키스방 수준, C코스는 안마방 수준이다"며 "각각 유사 성행위와 성관계"라고 했다. "나는 나이가 많은 아줌마인데 어떤 마사지사가 오는지 궁금하다. 집에 부르기가 불편한데 출장만 있느냐"고 추가 질문을 하자 "걱정 말라. 호기심에 한두 번 불러보는 고객은 20대가 많은데 단골 고객은 40대가 많다"고 답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마사지사는 신입인 20대부터 실장급의 30대까지 있어요. 20대는 잘생기고 몸은 좋은데 여러모로 어설프고, 30대는 모든 면에서 뛰어납니다. 가게가 있으면 단속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출장만 갑니다. 우리만 걸리는 게 아니라 고객님도 같이 걸릴 수 있어요. 또 몰래 카메라나 다른 사람과 마주칠까 봐 걱정하시는 분도 있어서 아예 출장만 해요. 자택 말고 모텔 잡고 위치랑 몇 호인지 알려주시면 마사지사가 가는 식이에요."

여자가 구매하는 성(性)

또 다른 출장 전문 업체 C는 A나 B보다 가격이 비싼 코스가 많았다. 유사 성행위를 하는 15만원짜리 코스부터 시작해 3시간 30만원짜리 코스와 24시간 200만원, 300만원짜리 코스까지 있었다. C업체는 "마사지사 전원이 네이버에 프로필이 등록된 현역 배우, 모델, 방송인이다. 신원이 확실한 관리사에게 받아야 뒤탈 없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자 연예인이나 여성 BJ 단골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만원, 300만원짜리 코스에선 무엇을 하는지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D업체는 남자 혼자서 운영하는 1인 여성 전용 마사지로 서비스 내용은 A, B업체와 비슷했고, 방문과 출장이 모두 가능한 E업체는 유사 성행위 없이 성관계 위주의 코스만 있었다. A~E의 공통점은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성(性)을 연상시킬 만한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힐링' '휴식' '피로회복'처럼 일반적인 여성 전용 마사지 업체에서 쓸 법한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 E업체는 "화장실에까지 광고를 붙이는 업체가 있는 이유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이런 얘길 하기 꺼리기 때문이다. 숫자로 봐도 남성 성매매 업소의 0.1% 정도일 것이다. 돈을 내고서라도 외모가 준수하고 여성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관계자는 “남성이 성매매를 위해 가는 안마시술소는 알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처음 듣는다. 정말 호스트바 말고도 여성 성매매가 이뤄지는 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경찰청에서 유흥업소를 담당하는 풍속계에 여성 전용 마사지를 단속한 사례가 있는지 문의하자 “최소한 지난 6개월간 여성 성매매는 단 한 건도 적발된 게 없다. 풍문처럼 얘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첩보가 들어온 적이 없다. 첩보나 증거가 있다면 단속할 예정이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