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의 전국적 확산을 두고 24일 사랑제일교회 및 주말 대면 예배를 강행했던 일부 기독교계, 그리고 의대 정원 확대 갈등으로 파업을 예고한 의료계를 강력히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막아내지 못하면 방역 성과와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이며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방역을 위해 국민적 단합을 강조해야 할 대통령이 '정치적 희생양'을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종교계, 의료계에 경고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시 방역회의에 이어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코로나 재확산의 계기가 됐던 일부 교회와 광화문 집회를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순 없다"며 "국민 안전과 공공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공권력의 엄정함을 분명하게 세우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방역 체계에 도전하며 방역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행위들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대면 예배를 하지 말 것을 강조한 안중덕 샘터교회 목사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집합을 하지 말라는 것은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라'는 뜻"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하지 말고 사람이 그리운 이들의 벗이 되라는 말"이라는 글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시 공휴일 지정에 "국민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여행과 소비를 장려했던 정부의 정책적 과오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선 일부 의료계를 향해 “집단행동을 자제해주기 바란다”며 “휴진·휴업 등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선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를 특정해 거론하지는 않았다. 21일 문 대통령은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참석자 명단 확보 여부를 물으면서 "필요한 경우 현행범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 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대면 예배를 강행한 일부 교회로 비판 대상을 확대하며 다시 '공권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종교계도 대부분 비대면 예배에 협조해줬다. 감사하다"고 했다. 방역에 협조하는 교회와 방해하는 교회로 분리 대응한 것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선 한 전공의가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문 대통령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정부에 비판은 할 수 있지만 합법적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 휴업 등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협회 집단 휴진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열린 자세로 의료계와 논의하겠다"고 했던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보다 수위가 높았다.

◇청 "방역의 절박함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이 연일 일부 기독교계의 방역 비협조와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을 두고 청와대는 "방역의 중요성과 절박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조금만 방심하면 감염자가 폭증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부동산 정책 등으로 급락세를 보였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 재확산을 기점으로 반등한 것과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일부 종교계와 의료계로 전선(戰線)을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집단행동 역시 정부 의료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권(與圈)은 보고 있다. 민주당에서 광화문 집회와 미래통합당을 코로나 재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정치 공세를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야권 관계자는 "코로나와 싸워야 할 대통령이 엉뚱하게 교회와 의사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부 기독교계가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방역 방해'가 아니라 정권에 대한 정치적 저항 행위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가 '공권력의 엄중한 집행'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