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무회의에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부가 ‘재벌 개혁 법안’으로 불리는 상법 개정안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 법률안에는 과거 민주당이 ‘경제 민주화’ 작업의 숙원으로 도입을 주장해오던 다중대표소송제 방안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 개정안, 전속고발제 폐지와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자산 5조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비지주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하는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이들 3법의 제·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는 등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들 법안들은 과거 민주당이 ‘경제 민주화’ ‘재벌 개혁’의 명목으로 국회 입법을 시도했지만 본회의 문턱에서 막혀 실행하지 못한 제도였다. 21대 국회에서는 176석의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일정 수 이상의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재계에서는 “기업 경영권을 노리는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 자본 등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의 경영 개입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도입의 경우에는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선임 및 해임시 적용되던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고쳐,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 합산 3%, 일반 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4.18%),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1%) 등이 주요 주주로 지분율 21%를 가지고 있지만 감사위원 선임 때 의결권은 3%로 쪼그라든다. 지분 2.9%를 가진 헤지펀드 2곳만 뭉쳐도 5.8%의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삼성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큰 의결권을 행사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리위원회의 전속고발권한을 폐지하게 될 경우에도 공정위와 검찰의 동시·중복 수사, 별건 수사 등이 가능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존에는 공정위에서 기업의 가격·입찰 담합 등 중대한 부정 행위에 대해 고발을 하면 검찰이 수사하는 구조였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이 공정위 고발이 없어도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와 검찰의 동시 수사로 이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쟁 업체의 악위적 허위 고발에 따른 검찰 수사로 기업에 막대한 부담이 초래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들 3법의 제·개정안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달 안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