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명준(30)에게 '모범형사'는 소속감 그 이상이었다.
김명준은 일찌감치 이병헌 감독의 '원픽'으로 떠올랐던 배우. 영화 '바람바람바람'부터 1600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을 함께했고, 지난해 방영됐던 JTBC '멜로가 체질'에서도 소민(이주빈)의 매니저 이민준 역을 맡아 러브라인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바 있는 인물.
김명준은 JTBC '모범형사'(최진원 극본, 조남국 연출)에 출연해 손현주와 함께 막내형사로 호흡을 맞췄다. '모범형사'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형사가 은폐된 하나의 진실을 추적하는 통쾌한 수사극. 존재감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 손현주, 장승조, 이엘리야와 함께 등장,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첫 방송 시청률 3.9%로 출발해 최고 시청률 7.6%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됐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김명준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모범형사'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명준에게 '모범형사'는 강력2팀의 소속감을 안겨준 작품이다. 중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다는 그는 연기를 하게 됐던 과정 등을 언급하며 배우로서의 성장기를 털어놨다. 부상 탓에 야구를 그만뒀던 김명준에게 사춘기가 찾아왔고, 이후 성당에서 성극을 하며 힐링을 얻게 됐다는 설명.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꿈을 키워 세종대학교 영화과에 진학했고 연기를 통해 '힐링'과 '치유'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명준은 "연기를 업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연기자가 꼭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느끼지 않나. 대학원까지 학업을 병행하며 배우가 되기 위해 독립영화 ,단역, 아르바이트로학업을 유지하다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만나게 돼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데뷔를 못한다 하더라도 연기 교육자로서 액팅 코치나 심리 치유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라는 꿈을 포기한 뒤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그는 화장실에 들어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했다는 설명. 이후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이 놀라 '하고 싶은 것 하라'는 응원을 보태줬기에 연기자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단다.
그렇게 자란 김명준은 2015년 의경 '서울경찰청홍보단'으로 만기 전역했고, 이병헌 감독과의 인연 역시 닿으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돌입하게 됐다고. 김명준은 "스물 한 살, 두 살 때 여러 독립영화를 찍고 상업 영화 오디션을 보는데 하나도 합격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 게시판이 의경 지원 포스터를 봤고, 평소 좋아하던 연기자 선배님들이 군 복무를 한다는 사실에 두 번의 고배 끝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군 복무를 하며 선배들을 만나 독립영화를 보여주고 연기적 피드백을 받았고, 인간적으로도 배울 수 있었다는 설명. 김명준은 "군 제대 후 졸업 공연에서 이병헌 감독을 만나 오디션 기회를 얻었고, 웹 드라마 '긍정이 체질'로 첫 상업 연기에 데뷔할 수 있었다. 그 후 '바람바람바람'과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까지 이병헌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 그동안 단역만 전전하다 '멜로가 체질'이란 작품을 만난 뒤 제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이병헌 감독의 웹드라마인 '긍정이 체질'을 통해 연기 데뷔를 했던 이병헌 감독과의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는 중. 이미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단역 배우들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다음 작품에서도 활용하기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은 김명준 역시 꾸준히 캐스팅하며 기회를 주는 중이다. 김명준은 "작은 역할읻라도 기억을 하고 게시다가 기회가 닿으며 불러주셨다. 배우의 개인적인 부분들까지 섬세하게 짚어주셨고, 배우들에게 '연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소속감을 만들어주는 분이다"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이 '모범형사' 촬영 중 '일일 매니저'를 해줄 정도로 끈끈한 우정이 있는 사이지만, 연기에 대해서 특별한 말을 하지는 않는다고. 김명준은 "이병헌 감독님은 저한테 연기에 대해 따로 말씀하시지는 않는데, '멜로가 체질' 때는 '이런 느낌이 어떠냐'고 해주기도 하셨다. '명준 씨 로맨스도 어울리는 거 같다'고 해서 오디션도 보고 수정해가면서 촬영할 때 '멜로가 체질' 때는 그런 부분들이 들어갔던 거 같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저의 데뷔작은 '멜로가 체질'이다. 그런 소속감을 느낀 첫 작품은 '멜로가 체질'이었다. '바람바람바람'이나 모든 작품들은 감독님과 따로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명준은 이병헌 감독에 대해 "만나면 얘기는 크게 나누지 않지만, 연락을 자주 했다. 동네 사시니까 '뭐하시냐'고 하고, 처음에는 동네 친구라 많이 만났고, 그 뒤에는 감독님이 저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단역 배우들도 다 전작에 나온 분들을 다 쓰시는 분이다. 먼저 '바람바람바람'은 '오디션 볼 역할도 없다'고 먼저 말해주셨는데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찍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감독님 자체가 섬세하고 말을 안 해도 알더라. '멜로가 체질' 때도 '언제 이런 걸 보셨지?' 싶은 것도 알게 됐다.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동네 형 같은 소속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소속감'은 김명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요소. 이 때문에 '모범형사'가 그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 김명준은 "솔직히 '멜로가 체질' 때는 이주빈 배우와 제가 둘 다 신인이기 때문에 서로 부족함을 토닥여주며 작품을 했다면, '모범형사'는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 하게 돼 든든했다"며 "모든 선배님들이 두 테이크를 넘어가지 않으시는 베테랑이시다.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아차'하면 테이크가 끝났다. 그렇게 선배들과 의지하며 믿고 촬영하다 보니, '내가 뭘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졌고, 전적으로 강력2팀의 소속이 됐다. 이미 시작 전부터 손현주 선배님이 회식도 자주 해주시고 많이 만나주셔서 친해졌고, 저도 적응을 위해 손현주 선배님의 모든 필모그래피 작품과 강력2팀 선배들의 필모그래피를 다 찾아보고는 했다"고 말했다.
조남국 감독의 연락을 받고 '모범형사'에 합류하게 됐다는 김명준은 "손현주 선배와 조남국 감독님의 작품이고 막내 형사라고 했고, 제가 의경 출신이다 보니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팀에서도 막내라 작가님과 감독님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막내처럼 좋아해주셔서 그래서 혼자 몰래 준비하는 타입이라 준비해서 가고 준비해서 갔다. 저는 '멜체' 찍고 나서 왜소할 때였는데 다들 너무 강력반 같더라. 그래서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까' 하다가, 옷도 편히 입고 체중도 늘릴까 했다. 잘 묻히고 싶어서 그런 노력들을 안 어색하게 하려고 혼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명준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손현주와 장승조 등 강력2팀의 배우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조남국 감독도 만족시켰다. 김명준은 "마지막에 다 끝나고 할 때 쯤에 제작사 분들이 오셔서 말씀을 해주신 게 첫 촬영 후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다고 하더라. 관계자 분들도 그 말만 듣고 와서 '명준 씨를 감독님이 보시고 얘가 그냥 심동욱'이라고 픽을 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기뻤고, 저를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들 너무 베테랑 선배들이라 챙겨주시기 어려웠을텐데, 상황에 대한 이해를 선배님들과 감독님께서 많이 해주셨다. 게다가 하루에 10신 12신을 여덟 시간 안에 끝낼 정도로 합이 정말 좋았다. 김승호 촬영 감독님도 배우들이 집중이 안 될 때마다 카리스마 있게 동선을 잡아주셨고, 감독님들과 선배님들도 현장을 편하
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주셨다. 제가 막내로서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물을 때가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냥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하셨다. 그러면 모든 선배님들이 찰떡 같이 제 연기를 받아주셨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는 중이다. 이미 배우들은 '함께하자'는 이야기를 다 마칠 정도. 김명준은 "배우들은 다 하고 싶어 한다. 불러만 주시면 간다"며 "연기부, 연출부, 촬영부 팀이 있는데 코로나19 전에 손현주 선배님이 팀을 화합하기 위해 운동회도 열어주셨고 조금씩 조금씩 만나서 챙겨주려고 하시고 택시비 챙겨주신다. 연기도 연기지만 연기자로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그 사람과 작업을 또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게 잘 챙겨주신다. 그 스태프들과 제작진 분들 모두가 20년 이상 하신 분들이고,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노하우를 보면서 배울 수 있던 거 같다. 연기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실제로 만나니 너무 재미있으시다. 긴장을 다 풀어주시고 무장해제 시켜주신다. 선배님 눈을 보면 바로 홀린듯 연기를 하게 된다. 빨려 들어간다. '저 사람이 강도창'이라는 느낌이었고, 봐주신 눈에서 저도 모르는 것들이 나오고, 그냥 그렇게 흘러갔던 거 같다"고 밝혔다.
김명준은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처음에 3% 나올 때도 손현주 선배님이 아침에 일어나면 연락이 와 있는다. '3%로 시작했다'하면서. 저는 읽고 '파이팅입니다!'이렇게 보내고 '불러만 주십쇼'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런 걸로 해서 시청률이 올라가다 보니, 손현주 선배님 장승조 선배님도 기쁘시겠지만, 다른 형사팀 2팀과 1팀의 단톡이 막 올라오더라. '모범형사' 덕분에 많이 알아봐주신다고 하더라. 다 공감해주시더라. 7%나올 때에도 다들 많이 좋아했었다. 이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우리끼린 뭔가를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뭉쳐 있어서 기뻤다. 개인적으로도 기뻤다. 제 할 일을 하자는 정도의 마인드였다. 7%가 나왔을 때 뭔가 뿌듯하더라 무엇보다도 우리 드라마 현장이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끼리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냈다는 생각과, 똘똘 뭉쳐서 찍었다는 생각이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김명준은 "이번 '모범형사'에서 막내 형사인 심동욱 역할에 임할 때 '제 몫을 해내자'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시청자 분들의 관심이 커지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했다. 모두에게 감사 드리는 마음"이라며 "정말 제목 따라 '모범적'으로 끝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다른 현장에서도 그동안 작품들에서 나눴던 온기를 잘 끌어가고 싶었던 마음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명준은 "저는 작품 많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모범형사'로 좋았던 것은 아버지가 저의 드라마를 들어와서 봐주시고 그랬다. 다 아는 배우라 좋아하신다. '모범형사'는 정말 다 아는 배우들이라 그런지 좋아하셨고, 자랑도 많이 해주신다. 또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저보다는 손현주 선배님과 사진을 함께 찍어주신 장승조 선배 자랑을 더 많이 하고 다니신다더라. 어머니는 내색을 안 하시는 타입이신데 엄마도 좋아한단 얘기를 저희 형 여자친구를 통해서 듣고 있다"며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뭐든지 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명준은 이병헌 감독의 새 영화 '드림'은 개봉을 위한 촬영에 한창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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