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직후 음식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의 온라인 주문 수요도 급증했습니다. 이제 간단한 생필품은 전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15분 만에 배달받을 수 있는 ‘퀵 커머스’(quick commerce·더 빠른 온라인 쇼핑)의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온라인 쇼핑도 바뀐다. 주문 후 최소 하루, 길면 일주일 걸려 택배 배송을 받던 시대는 곧 끝나고, 어떤 물건이든 15분 이내 배달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오는 30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첫날 오후 연사로 참가하는 니클라스 외스트버그(41) 독일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 최고경영자(CEO)는 27일 본지 이메일 사전 인터뷰에서 “온라인 배달 서비스가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고, 유연한 일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젠 모두가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스트버그 CEO는 2011년 독일에서 DH를 공동 창업했다. 현재 세계 50국, 50여만곳 레스토랑과 연계해 배달 음식을 전해주는 세계 최고 배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국내엔 2012년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설립해 처음 진출했고, 2019년 ‘배달의 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온라인 쇼핑의 차세대 버전 ‘퀵커머스’가 온다
이미 퀵 커머스의 초기 버전은 국내에 도입돼 있다. DH가 운영하는 B마트 등은 도심 내 ‘온라인 수퍼마켓’을 지향한다. 소규모 물류센터를 구축, 과일·정육 등 간단한 신선식품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10~15분 이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배달의 대상이 음식에서 식료품·생필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B마트의 경우 작년 국내 주문 건수가 1000만건을 넘겼고, 취급 품목은 5000종 이상으로 늘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비(非)대면 트렌드에 더해, 1~2인 가구가 상품을 소량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외스트버그 CEO는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을 도입, 고객 수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천개 품목과 수량을 상시 조정한다”며 “앞으로 모든 온라인 쇼핑 사업은 스피드가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외스트버그 CEO는 “코로나를 겪으며 배달은 사회적 의미와 역할을 갖게 됐다”며 “온라인 배달이 음식점 등 지역 경제의 주요 수입원이 됐고,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겐 임시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 중립 실현,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포장 소재를 친환경으로 바꾸고, 280만여 끼니를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2배 성장, “배달 사업 여전히 성장 가능성 크다”
DH는 코로나 대유행의 반사이익을 분명히 봤다. 작년 매출액 28억3600만유로(약 3조8200억원)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매출 13억6130만유로를 달성, 작년 연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벌써 해냈다. 올해도 ‘2배 성장’이 유력하다.
외스트버그 CEO는 “코로나 이전엔 배달 서비스가 근사한 저녁 식사를 위한 것이었지만, 요즘은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전화로 주문하거나 방문 포장을 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배달 시장은 미래에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DH는 배민 외에도 배달통, 푸드판다(독일), 예맥세페티(터키), 헝그리하우스(영국) 등 로컬 유력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왔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고, 그들의 열정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한 게 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외스트버그 CEO는 “한국인들은 배달 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 중 한 곳이며, 신 기술에 매우 개방적인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는 30일 오후 4시 반 ALC ‘배달의 미래’ 세션에서 온라인을 통해, 배달 산업의 5가지 미래 트렌드에 대해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