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패션 히트작인 구찌의 ‘홀스빗 퍼 뮬(mule: 뒤꿈치가 트인 신발)’.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번영기를 누리던 시기에 사랑받으며, 남자들도 한겨울에 맨발에 슬리퍼를 신게 했다. 그 뒤로 남자들의 겨울 슈즈에서 뮬과 슬리퍼가 사라지는 듯 하더니 지난 겨울 부활했다. 그리고 여자들 사이에서 보송보송한 양털, 모피, 패딩 소재 겨울 슬리퍼가 유행의 정점에 치달으며, 럭셔리부터 스포츠와 캐주얼 브랜드까지 모든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남자들을 위한 겨울 슬리퍼를 쏟아냈다. 이 정도 되면 겨울 슬리퍼 하나 정도는 신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슬리퍼의 유행은 해외 유명 남성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 먼저 퍼져 나갔다. 특히 저스틴 비버는 ‘하우스 슬리퍼’의 편안함에 푹 빠져, 실내 슬리퍼를 사계절 내내 신고 다닐 정도다. 그의 슬리퍼 룩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런 슬리퍼의 유행 역시 엔데믹 트렌드라 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과 집 주변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며 ‘원마일 웨어(one-mile wear: 집과 집 근처 1마일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가 빅 트렌드가 됐다. 집에서 입는 홈 웨어가 가벼운 외출복으로 사랑받으며, 하우스 슬리퍼도 외출용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스타일의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셀러브리티들과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실내용으로 제작된 슬리퍼를 그대로 외출용으로 신고 다녔다. 그러나 곧 패션 브랜드들이 발빠르게 진짜 외출용 슬리퍼를 멋지게 디자인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실내 슬리퍼처럼 보이지만 견고한 밑창과 안정된 착용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잘 벗어지는 슬리퍼의 단점을 보완해, 살짝 뒷굽이 올라오도록 디자인하여 슬리퍼이지만 스니커즈처럼 신고 다닐 수 있게 디자인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2023년 남자들의 겨울 슬리퍼는 여성들의 겨울 슬리퍼 이상으로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하다. 발 사이즈가 큰 여성들은 남성용 슬리퍼가 더 패셔너블하다면서 남성용 슬리퍼를 구매해서 신을 정도다. 슬리퍼 유행의 부활 물결을 타고 구찌의 아이코닉한 ‘홀스빗 퍼 뮬’도 다시 등장했고, 루이 비통의 LV 모노그램이 프린트된 인조 모피 소재 뮬은 요즘 유행하는 와이드 팬츠와 근사하게 조화된다. 마르니의 송아지 가죽 ‘카프 헤어 베어풋 스타일 블로퍼’ 시리즈들은 형형색색 컬러풀하다. 둥근 앞코의 질 샌더 양털 슬리퍼는 유행하는 조거 팬츠를 더욱 ‘쿨’해 보이도록 한다.
어그의 부활 또한 겨울 슬리퍼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어그의 대표 히트작인 ‘타스만 슬리퍼’와 ‘코케트 슬리퍼’ 모두 남성용으로 만날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남성용 겨울 슬리퍼들을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푸마 등 대부분의 스포츠 브랜드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기능적인 소재와 착용감의 겨울 슬리퍼를 찾을 수 있다.
슬리퍼는 이제 남성들의 일상 패션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패턴과 소재도 다양하고 패셔너블해졌으며, 평상시 입는 데일리 룩과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여름이 아닌 겨울에 신을 때 더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슬리퍼! 지금이 남자 슬리퍼의 황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