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에서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정례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3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계엄·탄핵

–나라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 잘됐고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지적하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계엄·탄핵 국면에서 조선일보는 시종일관 지나치게 중립적이거나 양비론적이었다. 심지어 ‘초월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상계엄·탄핵소추… 원로 인터뷰] 시리즈(12월 16~28일 자)는 현안의 시급성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올드하고 회고적이었다. 계엄과 탄핵에 대해 너무 형이상학적 접근이 아닌가 싶다. 원로에게도 뾰족한 답이 없다면 젊은 세대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전달하는 건 어떨까.

–<’기무 사화(士禍)’ 트라우마에 갇힌 軍>(12월 11일 자 A6면), <[社說] 장군들이 자기 살려고 軍 주요 기밀 유출하고, 울고>(12월 12일 자 A35면)에서 보듯 군은 이번 계엄·탄핵 정국에서 가장 처참하게 실체를 드러냈다. 군 장성들은 군을 경외는커녕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스스로 위신을 떨어뜨린 것은 어쩌면 작은 일이다. 육군 대장(참모총장) 등이 국회 증언에서 군사 기밀을 마구 공개한 것은 이적 행위와 다름없다. 군기에 대해 엄정히 비판하고 원칙 수립을 촉구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관련 기사와 칼럼이 넘쳐난다. 대부분 트럼프에 대한 대응을 거래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적당히 들어주면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을 받으면 된다는 시각이다. <트럼프 2기는 中 따돌릴 기회, ‘관세 폭탄’ 맞설 카드 적지 않다>(1월 6일 자 A30면)는 트럼프가 중국을 세게 때리면 한국은 숨 쉴 공간을 확보해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지만, 단견(短見)이다. 중국에 대해 일거에 모든 수입품 관세를 60% 인상한다면 이는 자유주의 무역 질서의 종언과 다름없다. 가장 커다란 손해를 보는 나라는 한국이 될 것이다. <[朝鮮칼럼] 트럼프에게 줄 서는 세계… 우리만 오판할까 두렵다>(12월 20일 자 A38면)는 트럼프가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을 미·중 간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외교를 거래적 관점에서만 보면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우리가 스스로 들어가게 된다. 다자주의적 국제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를 자유주의 국제 질서 지지 입장으로 선회시키기 위한 일본의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일본 언론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적지 않다.

▨항공기 참사

–<27년 만에 항공기 참사… 181명 중 2명만 살았다>(12월 30일 자 A1면) 등 여러 지면에서 제주항공 참사를 상세히 보도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재난 보도 준칙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는 것을 또다시 확인했다. 속보 경쟁 속에 전문적 진단보다 추측과 음모론, 선정적 취재가 난무했다. 지면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사고 현장 사진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구조대원들 “이렇게 참혹한 현장은 처음”>(12월 30일 자 A3면)은 “출동 당시 훼손된 시신이 뒤엉켜 있는 등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했는데, 이렇게 자세히 묘사했어야 하나. <돌아오지 않는 아홉 식구… 손녀가 키우던 푸딩이만 남아>(1월 1일 자 A10면)도 지나치게 감상적인 접근이다. 독자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희생자들의 사생활이나 유족들의 반응을 스토리텔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기자수첩] 불꽃쇼 2분 했다고 영업정지 6개월이라니…>(1월 8일 자 A12면)는 인천의 한 중소기업이 ‘6개월 영업 금지’라는 철퇴를 맞은 이유가 여객기 참사 당일 여의도공원 인근 한강 유람선 위에서 2분 남짓 불꽃을 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사회적 참사와 관련, 애도의 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서울시 강경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한, 의미 있는 기사다.

–<분당 상가 화재 참사 막은 이유 ①닫힌 방화문 ②스프링클러 ③열린 옥상문, 셋만 지켜도…>(1월 6일 자 A12면)는 재난 대비의 좋은 사례를 발굴 취재해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방화문이 유독가스 유입을 막고, 스프링클러가 화염 확산을 차단했으며, 150명이 열린 옥상문으로 대피했기에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것.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기사였다.

–<무당 전성시대… 유튜브에 ‘예언 콘텐츠’ 쏟아지고, 점집엔 긴 줄> <끊임없이 나오는 노상원의 기행… ‘계엄 2인자’ 맞나>(12월 26일 자 A6면)를 읽으면서 ‘왜 이런 기사가 나왔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속을 홍보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이런 내용이 굳이 왜 나왔을까 의아했다.

▨이세계 퐁퐁남

–<젠더 갈등 드러낸 문제작 웹툰 ‘이세계 퐁퐁남’ 작가 퐁퐁>(12월 21일 자 B1·2면)은 네이버 웹툰 공모에서 1차 심사를 조회 수 근거로 1위로 통과했지만 ‘여성 혐오’ 이슈로 2차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작품의 작가 인터뷰다. 작가는 웹툰 시장의 여성 독자 편향이 시장의 성장성을 저해할 정도라고 지적하고, 돈 되는 장르로 BL(Boys Love)물을 언급했다. 이러한 주장 전반에 여성 혐오가 깔려 있다고 느꼈다. 웹툰을 잘 모르는 연령층이 이 기사만 본다면 ‘웹툰 시장이 여자들한테 과하게 휘둘린다’라고 느낄 만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취지나 목적으로 퐁퐁 작가를 인터뷰했는지 모르겠다.

–<[태평로] 초고령사회 첫해, ‘이기적 결정’ 하라는 원로 제안>(1월 1일 자 A31면)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주도한 전 의원의 웰다잉전도사 활동에 대해 언급하면서 ‘10만명만 연명의료를 중단해도 2조~3조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전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사전의향서를 제출한 사람들의 선택을 ‘사회적 비용 절감’의 문제로 접근했는데, 인간의 죽음을 ‘비용’으로 환산한 부적절한 접근법이다. 누구도 개인의 죽음을 도구화할 수 없다.

–<실손 있어도… 도수 치료 본인 부담 90%로 상향>(1월 4일 자 A1면)은 개편안이 의료 현장과 환자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부족해 아쉬웠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비급여 항목의 규제와 본인 부담률 인상으로 인해 정형외과 같은 특정 분야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필수 진료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의료진의 동기를 저하시킬 가능성도 크다. 경증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대폭 인상하고 보장 한도를 축소하는 것이 의료비 부담을 환자들에게 전가하고, 저소득층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할 수도 있다.

–<AI 교과서 무산 위기… ‘교육자료로 강등’ 법안 통과>(12월 27일 자 A12면)는 이 사업을 정부와 야당 간 정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학생·학부모·교원 등 이해 당사자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야당은 다수 학부모와 교원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라면 교육부가 정책 실행 전 공청회 같은 충분한 홍보와 설득 과정을 거쳤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AI 교과서 사업의 기획·실행·조정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가 나와야 독자들이 정책 시행 배경과 문제점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AI·로봇

–<AI, 세상을 뒤바꾸다> 기획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공부한 한 달이었다. <‘디지털 트윈’의 무한 확장>(1월 2일 자 A1면)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현실의 사물과 공간, 환경 등을 가상 세계에 쌍둥이처럼 똑같이 복제하는 기술. 기존 시뮬레이션과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시각각 바뀌는 현실의 모습을 정확하게 실시간 반영할 수 있다”라고 정의했다. 사실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의 가장 큰 차이점이 현실에 있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서로 연결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여기서 센서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데,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아쉬웠다. <CES서 부활 예고한 日>(1월 6일 자 A1·8면)에서는 일본이 부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CES 2025>에 대한 보도는 전체 전시회를 빠짐없이 다루며 독자들의 안목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기자의 視角] CES에서 본 “기재부 환영합니다”>(1월 11일 자 A26면)는 대한민국 관료주의가 빚는 전시 행정의 측면을 잘 지적했다.

–<[로봇 밀도 1위 대한민국] ‘직원 한 명에 로봇 수십 대’… 이젠 로봇이 공장 움직인다>(1월 1일 자 B1면)를 보고 우리나라가 직원 1만명당 로봇 1012대를 사용해 로봇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런 로봇이 우리 제조 현장에 투입됐을 때 어떤 것까지 기대할 수 있는지, 직원 1명이 수십 대의 로봇을 움직이고, 중대재해법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잘 설명했다.

▨북한군 사상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강제로 참전해 피해를 본 북한군 관련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 총알이 뚫고 간 북한군 신분증, 이름은 ‘리대혁’>(12월 24일 자 A1면), <젤렌스키, “쿠르스크 전투서 북한군 1개 대대 이틀새 전멸”>(1월 6일 자 A6면) 등이다. 후속 기사가 쏟아지는데, 사실에 대한 나열에 그쳐 아쉽다. 북한군 해외 파병의 의미,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여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체포된 포로의 한국 송환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가 나와야 한다. 나이 어린 군인, 전장에서 ‘인간 미끼’로 활용되고 사망 후 시신이 불태워지는 것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더 필요하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뽑은 올해의 거짓 5>(12월 26일 자 A14면)에는 조선일보가 무방비로 ‘낚인’ 것도 있다. 일본 사도광산 추모식에 파견된 이쿠이나 아케코 외무성 정무관이 과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가짜 뉴스 때문에 한국 정부가 추도식에 불참한 해프닝이 있었다. 오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베파 지원받아 참의원… 연예인 땐 세미누드집도>(11월 25일 자 A3면)에서 인신공격을 했다. 오보를 낸 교도통신이 잘못했지만, 확인 절차 없이 외무적 결례를 저지른 정부와 검증 없이 베껴 쓰다시피 한 언론도 ‘거짓’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대극장에 선 스타들·K뮤지컬은 세계로… 공연 매출, 2년 연속 영화 넘었다>(12월 30일 자 A16면)에서 공연 티켓 가격이 영화 티켓보다 몇 배 비싸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가 많지만, 매출은 공연이 영화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