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상을 지배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초유의 팬데믹 시대, 평범한 일상이 사라지면서 ‘나눔’은 더욱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19로 너나없이 타격을 입으면서 ‘내 코가 석 자’라는 인식이 커진 데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누군가를 돕거나 위로하는 일 자체가 ‘금지’된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NGO들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나눔’을 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궁하면 통(通)한다’는 말이 있듯이, 비대면 속에서도 나눔의 방식과 의미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NGO들이 팬데믹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보면 비록 대면(對面)이 불가능한 시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온기는 남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장애 없는 세상을 꿈꾸는 NGO 따뜻한동행은 ‘공간복지’라는 키워드와 함께 2021년을 맞이했다. ‘집콕’으로 불편이 더욱 커진 서울시 거주 장애인 총 100가구를 대상으로 장애 유형별 맞춤형 주거 편의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거지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시설 개선, 장애인 인재 대상 맞춤형 첨단 보조기구 지원 등으로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코로나19로 더욱 경제 상황이 나빠진 저소득 조손(祖孫)가정에 주목했다.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저소득 조손가정 1000가구에 생계, 교육, 주거환경 등 맞춤형 통합 지원을 시행해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동들에게도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활발히 이뤄지던 사회복지서비스가 중단되며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NGO도 있다. 우양재단은 저소득 노인과 아동을 위한 급식 및 도시락 제공이 끊기지 않도록 복지관 대상 ‘긴급 먹거리 지원’, ‘먹거리 키트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온라인 학습 기자재 부족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진행한 ‘초록e스쿨’과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Chance to Change’ 캠페인을 전개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저소득 및 맞벌이 가정 아동을 위한 ‘학습 환경개선 캠페인’, ‘아동·청소년 IT교육사업’ 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에 도전할 수 있는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아이들이 심리·정서적 안정을 찾고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펼쳤다. 지난해 9~12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굿윈(Good-win)학교’를 진행해 아이들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도왔다. 방학 중 돌봄 공백 위기 가정 아이들을 위한 ’2021년 겨울 희망홈스쿨' 등도 진행했다.
월드비전은 국내 아동뿐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 최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 지구촌 어린이들을 위한 긴급 구호에도 힘썼다. 특히 각종 분쟁과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 지역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긴급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편,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사용을 막기 위해 환경재단이 펼치고 있는 ‘지구쓰담’ 캠페인 역시 의미가 깊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마스크는 물론, 배달 음식 플라스틱 용기 등이 해양 쓰레기로 쌓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재단은 인간의 욕망으로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는 ‘지구쓰담’ 활동으로 지난해 약 12톤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이들의 생존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기후 재앙이라는 문제의식에서 환경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대면 금지’ 시대지만, 온라인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 중인 각 NGO 홍보대사들 역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NGO에 기부하며 NGO 홍보영상이나 온라인 재능기부를 통해 함께하자고 독려하는 셀럽들의 영향력은 일반인 후원자들에게 나눔의 원동력을 선사하고 있다.
단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그 한 사람으로부터 세상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코로나19 위협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 중인 NGO들의 노력과 함께, 2021년 봄은 조금 더 따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