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다른 데보다도 특히 무릎이 불편하시다. 어머니의 무릎은 젊어서부터 퇴행성 변화가 이르게 나타나더니 일흔에 이르자 엑스레이상으로도 나빠진 상태가 뚜렷하게 보였다.
어머니는 “친구 아무개가 무릎관절을 인공관절로 바꾸더니 정말 편해졌다더라” 하시며 수술을 해달라고 조르셨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걷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 아직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못 박았다. 어머니는 내년이면 90세가 되는데도 아직 수영장이고, 절이고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다 다니신다. 당시 나의 판단이 옳았구나 싶다. 그때는 비록 서운하게 생각하셨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어 무릎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심해졌을 때 인공관절수술이나 관절부분치환수술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나 역시 무릎에 문제가 생겨 걷기가 어려워진다면 수술을 할 것이다. 이를 오랫동안 내버려둔다면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등 수술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무서운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릎 통증이 있어도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무릎 수술은 장점도 많지만 그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술 후 치매 증세다.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90일 이내 검사했더니 25%가 수술 후 뇌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무릎을 관장하는 뇌의 소프트웨어 일부분이 소실되면서 이러한 증상을 유발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활 훈련을 잘해 인공관절이 뇌에 적응하면 뇌가 또 다른 시냅스를 만들어 이를 극복할 수도 있다.
반대로 무릎 수술을 받고 원래 있던 치매 증상이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무릎 수술과 뇌 변화는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여러 의견이 다분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긴 하지만, 수술은 가장 마지막에 선택해야 하지 섣불리 받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무릎 통증에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성급한 수술은 오히려 통증과 장애를 키울 수 있다.
쉽게 호전되지 않는 심한 무릎 통증이라면 다음과 같은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1. 고관절이나 발, 발목의 문제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고관절의 통증은 무릎 통증을 동반한다. 하지만 고관절에 아무런 통증이 없더라도 고관절의 운동 범위가 변했다든지, 고관절 주위의 근육이 긴장하거나 약해지면 무릎 통증의 원인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발목의 움직임이 뻣뻣하거나 평발일 때도 무릎에 통증이 찾아온다. 따라서 무릎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고관절과 발목관절을 검사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발에 통증이 있는 경우 무릎 통증이 있을 확률은 5~7배 증가한다. 만약 무릎을 쫙 펴기가 힘들다면 고관절과 발목의 운동 범위도 같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니 스트레칭 등으로 운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2.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을 진단해야 한다. 무릎관절을 잡는 힘이 느슨해지면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진다. 이는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무릎관절이 짱짱하게 같이 움직이게 하려면 90도 이상 무릎을 굽히는 운동은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평지를 걷되 보폭을 10㎝ 더 넓게 걷도록 하며 매우 늦게 걷기와 빠르게 걷기를 반복하면 좋다. 이때 전문가와 상의해 근력 운동을 함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3. 허리 상태를 바로 알아야 한다. 무릎을 지배하는 신경은 모두 허리를 통과해 내려온다. 허리에 문제가 있어 이 신경들이 반복적으로 손상되면 무릎 내측이나 외측, 혹은 앞뒤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무릎 안쪽에 나타나는 통증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경우가 많다.
걷지 못하는 사람이 무릎 수술을 받고 걷게 된다면 이는 의학이 줄 수 있는 커다란 도움일 터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며 득과 실을 반드시 따져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 자체가 더 큰 해가 될 수도 있다.
무릎은 뇌와 반사 경로가 매우 발달한 관절이다. 아픈 것도 잘 드러나지만 다양한 자극 치료에 잘 반응한다. 수술은 최악의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보통의 경우에서 최선의 방법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