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관절염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던 연골이 노화 등 퇴행성 변화로 닳게 되면서, 뼈와 뼈가 서로 부딪혀 관절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혼자 걷기 어렵고 가만히 있어도 고통이 느껴져 노년기 삶의 질(質)을 떨어뜨린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극심한 무릎 통증을 줄여주고, 관절 기능의 회복을 돕는다. 비교적 안전하고 수술 결과도 좋아 환자 만족도가 높다. 최근에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수술에 ‘로봇시스템’을 활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연부조직 보호하며 정확하게 절삭
새 인공관절 삽입을 위해서는 손상된 관절을 다듬는 과정이 먼저 이뤄진다. 이때 미세한 오차로 인대, 힘줄, 근육 등 무릎 주변의 연부조직이 손상되면 환자가 수술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정확도를 높인 인공관절 수술 로봇 ‘마코 스마트 로보틱스(이하 마코)’는 연부조직 손상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만 최소한으로 뼈의 절삭이 가능하다. 의사는 수술 계획에 따라 절삭 범위를 알려주는 가상의 가이드라인 ‘햅틱 존(Haptic Zone)’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사전 계획된 절삭 범위를 벗어나면 로봇팔이 작동을 멈춘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안치훈 과장은 “계획된 범위만 정확하게 절삭하도록 설계된 로봇 수술에선 불필요한 연부조직 손상을 최소화해 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며 “수술 후 통증이 줄어들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재활치료에 임할 수 있게 돼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9년 슬관절 수술 저널에 발표된 논문 ‘마코 로봇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서 뼈 절제술의 정확성’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절삭 계획과 실제 절삭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약 95%가 사전에 계획된 0.5㎜ 이내 절삭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혈량 줄인 로봇 수술… 합병증 위험 감소
수술 중 출혈량이 많으면 수혈이 불가피해 합병증이나 감염 등 위험이 따른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년층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감염이나 합병증에 대한 부담이 크다.
3년 전 왼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김모(여·75)씨는 최근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진단받은 결과 수술이 필요한 관절염 말기 상태였다. 이전보다 나이가 든 만큼 수술에 대한 부담도 컸지만, 출혈과 통증이 더 적다는 말에 용기를 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강 씨는 “이전과 비교해 수술 후 피주머니를 통해 보이는 혈액량이 눈에 띄게 줄었고, 통증이 적다”고 말했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정형외과 이경훈 과장은 “허벅지 뼈에 구멍을 내고 기구를 고정해 다리 축 정렬을 맞춰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로봇 수술에선 센서를 정강이와 허벅지 뼈에 각각 부착한 뒤 정렬을 맞출 수 있다”며 “허벅지 뼈에 구멍을 내는 과정 등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던 출혈을 최소화했으며, 추가 수혈로 인한 위험 요소가 줄어든 만큼 더욱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 환자의 출혈량을 비교 조사한 결과, 로봇 수술이 출혈량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수술 후 피주머니(헤모박)를 통해 배출되는 평균 혈액량은 198.4㎖로, 일반 수술보다 37㎖ 더 적었다. 심현우 한국스트라이커 대표는 “마코 로봇은 보다 많은 환자가 안전하고 높은 수술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 로봇”이라며 “안전성이 향상된 만큼 고령 환자들의 수술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힘찬병원은 현재 6개 분원(강북, 목동, 부평, 인천, 부산, 창원)에 총 8대의 마코 로봇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