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뉴딜(Green New Deal·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과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선언하며 그린뉴딜주(株)가 뜨고 있다. 수소연료전지(Hydrogen Fuel Cell) 전문기업 범한퓨얼셀이 그린뉴딜주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는 이유이다. 범한퓨얼셀은 2018년 한국군이 최초로 독자 설계하고 건조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 군수용 연료전지를 공급하며 기술력도 입증한 강소기업(强小企業)이다. 전 세계에서 잠수함용 연료전지를 개발·상용화한 기업은 독일 지멘스에 이어 범한퓨얼셀이 두 번째이다.
◇세계 두 번째 잠수함용 수소연료전지 개발, 핵심은 ‘기술력’
범한퓨얼셀의 모기업인 범한산업은 국내 잠수함 및 선박용 공기압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범한산업은 2019년 물적 분할해 범한퓨얼셀을 설립했다. 범한퓨얼셀은 독립 첫해부터 모기업을 웃도는 실적으로 국내 수소 산업 경쟁력까지 높일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범한퓨얼셀의 핵심 기술력은 ‘잠수함용 연료전지’이다. 범한산업의 공기압축기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잠수함용 연료전지 국산화에 성공했다. 2003년 잠수함 사업을 시작한 후, 2008년 PEMFC(고분자 전해질형 연료전지) 스택 개발, 2014년 잠수함용 PEMFC 모듈 개발에 잇따라 성공하며 2018년에는 도산안창호함 진수(進水)라는 성과까지 기록했다. 범한퓨얼셀은 수소연료전지 분야 88건, 압축기 분야 18건 등 총 100건이 넘는 특허 기술을 보유했다.
범한퓨얼셀은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약 1000억원을 들여 서울 마곡 연구단지에 연면적 1만6625㎡(지하 4층·지상 8층) 규모의 국내 최대 수소 전문 연구원 ‘범한기술원’도 설립했다. 이곳은 세계 수소 산업을 선도하는 범한퓨얼셀의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다. 정영식 대표이사는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경제성과 안정성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지만, 범한은 군수(軍需)뿐 아니라 민수(民需)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군수에서 민수로 영역 확장
범한퓨얼셀은 최근 민수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선박용 연료전지, 건물용 연료전지, 모빌리티용 수소충전소 등 세 가지 분야이다. 앞서 범한산업은 2015년 GS칼텍스의 군수용 연료전지 기술에 이어 2018년 현대제철의 건물용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인수했고, 2019년에는 울산 수소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이어 무인 선박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업무 협약도 체결했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범한퓨얼셀은 2019년 건물용 연료전지 인증 완료 후 40여 대를 수주해 올해 출하까지 마쳤다. 내년에도 150여 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2t급 굴착기용 연료전지도 개발해 건설기계용 기술력도 확보한 상태이다. 모빌리티용 수소충전소 분야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범한퓨얼셀은 국내에서 수소압축기 생산과 판매가 모두 가능한 단 두 기업 중 하나다. 소형 모빌리티 수소연료전지 시장 선점을 목표로 수소충전소와 수소버스(화물차·마을버스 등)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문턱 높은 시장서 기술력 인정… 하반기 기업공개 기대감 커져
범한퓨얼셀은 하반기에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정한 뒤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다. 비교적 시장 문턱이 높은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안정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침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IPO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