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스포츠 동호인들이 영일대해수욕장 앞 바다에서 요트 체험을 즐기고 있다. 포항시는 영일대와 영일만항, 환호공원 등 해양 인프라를 사시사철 사람이 붐비는 대표 관광지로 키우고 있다. /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은 동해안 최대 규모인 영일만을 보유한 해양 도시다. 해안선 길이만 204㎞에 달한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수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특히 구룡포 지역은 1960~70년대 울산 방어진과 더불어 고래잡이가 성행했고, 지금도 대게·오징어·과메기 어획량이 전국 상위 수준이다. 이처럼 포항 바다는 오랜 시간 어민의 터전 혹은 화물선이 오가는 통로 정도로 여겨졌을 뿐,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진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매년 새해에 관광객이 호미곶을 찾지만 일출 관람에 한정된 방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영일대와 영일만 항, 환호공원 등 해양 인프라를 사시사철 사람이 붐비는 대표 관광지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다.

◇”꿰지 않은 구슬을 보석으로”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에 건립될 환동해 해양복합전시센터 조감도.

포항시가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도심 해변인 영일대 해수욕장이다. 영일대는 KTX 를 이용하는 수도권 관광객에게 접근성이 높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직접적으로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는 2023년 영일대 해수욕장을 가로지르게 될 해상 케이블카는 대표적 관광 자원이다. 798억원이 투입됐고 길이 1.8㎞, 높이 100m에 달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국내에서 순수 해상 위에 설치되는 케이블카로는 가장 길고 높다”고 말했다. 영일대 해변과 포스코의 야경도 볼 수 있는 케이블카가 준공되면 연간 120만~17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이를 이용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 지역에 대한 관광자원 개발도 속속 진행 중이다. 영일대 인근 포항 환호공원에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인 ‘클라우드(구름)’가 이르면 올해 안에 들어선다. 구름을 형상화한 ‘클라우드’는 트랙 길이 332m·가로 60m·세로 56m·높이 25m로 제작된다. 조형물 내 트랙을 통해 구름 속을 걷는듯한 체험을 할 수 있고 걸으면서 영일만 바다를 한눈에 담아 감상할 수 있다. 조형물은 포스코가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조각 및 설치미술을 전공한 독일계 부부 작가인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씨가 설계했다. 이들 부부는 포항을 3차례 방문하면서 호미곶 등 포항의 유명 관광지를 두루 둘러본 뒤,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 조형물을 설계했다.

포항시립미술관 2관도 환호공원에 건립된다. 2024년까지 240억원이 투입되는 미술관 2관은 세계 유일의 스틸아트 박물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환호공원에 앞서 건립된 미술관 1관은 수집·보존·연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2관은 ICT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미술관으로서 소통·체험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수상 레저타운, 요트 계류장, 슬립웨이 등 해양 레저 스포츠 시설 역시 완비되어 있다. 올해 9월에는 전국 3대 서핑 명소로 이름난 용한리 해변에 서핑교육장·샤워실 등을 갖춘 서퍼 비치가 준공을 앞둔 상태다.

강명수 포항대 관광호텔항공과 교수는 “영일대 해수욕장 관광 인프라의 상호 연계를 통해 포항이 관광과 문화, 스포츠가 융합된 복합해양문화관광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와 관광 수요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일만 항을 물류·관광객 유치 허브로

국내 최대 체험형 조형물 ‘클라우드’ 조감도.

영일만 항은 동해안 유일의 국제 컨테이너 부두로 이름 높다. 시는 영일만 항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연계해 해양관광·물류의 거점이자 관광객 유입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영일만 항에는 국제여객부두가 준공됐고 이르면 올해 안으로 국제여객터미널 공사가 시작된다.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 포항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크루즈 시범 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향후 시는 환동해 거점 도시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크루즈 및 페리 정기 운항을 추진해 해양관광산업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인근 해양 자원 역시 관광 콘텐츠를 덧입혀 거듭날 전망이다. 포항시는 남구의 호미반도 일원을 국가 해양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호미곶이 위치한 호미반도는 기암 절경과 하늘빛 바다, 푸른 숲 등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보유하고 있다. 생태 자원에 연오랑·세오녀 설화 등 인문·역사 자원을 더해 호미반도를 해양 생태·문화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1970~80년대까지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 유명했지만 침식 등으로 폐장됐던 송도해수욕장 역시 부활할 예정이다. 시는 백사장 복원 사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이후 해수욕장을 재개장하게 된다. 송도해수욕장이 다시 운영되면 해양 관광 거점의 한 축이 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은 “향후 바다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 일본과 연결되는 환동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크루즈·해양 관광 등으로 사람을 포항으로 불러모으고 관광객이 지역에서 돈을 쓰게 만드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양관광 앵커 시설도 탄력

지난달 15일 포항시에선 경북의 균형발전과 신해양시대의 거점이 될 경북도 동부청사 건립을 알리는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경북도 동부청사는 오는 2023년 1월 준공을 목표로 310억원을 들여 건축 연면적 1만2000㎡,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로 건립된다. 이곳은 영일만 항을 중심으로 환동해 시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새로운 도약에 필수적인 항만 물류와 스마트 해양 신산업, 문화관광벨트 조성에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해양관광과 물류 등을 지원하는 앵커 시설도 곳곳에 조성된다. 관광 자원에 더해 해양 산업과 서비스 산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영일대 인근 북구 장성동 옛 미군기지인 캠프리비 부지 2만 6243㎡에는 포항시 해양관광산업의 앵커 시설인 환동해 해양복합전시센터가 건립된다. 총 사업비 971억원이 투입되는 전시센터는 지상 3층 규모에 연면적 3만 5456㎡로 조성될 예정이다. 내부는 8000㎡의 전시 시설과 컨벤션 시설, 1만 9456㎡ 규모의 업무·부대시설로 구성된다. 각종 국제 행사와 신산업 전시회·대규모 회의 등이 이곳에서 열릴 전망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8년 한·러 지방협력 포럼 등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를 치러냈지만, 규모에 걸맞은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이 인근 경주로 유출되는 등 환경이 열악했다.

하지만 전시센터 등이 건립되면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 마이스(MICE)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전시센터와 호텔은 포항을 방문하는 외국인과 관광객에게 국제 도시 포항의 위상을 알리고, 시민에게도 자긍심을 갖게 할 것”이라며 “포항시가 가진 강점인 바다를 활용해 해양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해양관광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