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 9일)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기. 여야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 정책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완결판’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보면 대선 후보자들의 교육 정책은 대체적으로 ‘공정성 확보’로 압축된다.

尹·李, 경선 과정에서 교육 정책 방향 시사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물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다. 두 사람은 아직 구체적인 교육 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당내 경선이나 지역 투어 과정에서 정책 방향을 시사했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 기간이었던 지난 10월 “공정한 입시와 취업의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복잡한 대학 입시 제도를 단순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정시 비중을 확대해 불공정 시비, 특혜 입학 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조선일보 DB

입시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또 다른 공약은 ‘입시 비리 암행어사제’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입시 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해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입시 비리가 확인된 대학에는 바로 대학 정원 축소, 관련자 파면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후보는 “노조의 고용세습이나 편법적 친인척 고용 승계를 차단해 공정한 취업 환경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와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강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지난달 19일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정권 편향성과 고교학점제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고 “갈수록 국가가 교육에 개입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도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정성’을 외치고 있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인다. 현재까지는 학비 부담 경감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학점 비례 등록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 학생들이 돈 걱정을 덜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학점 비례 등록금제는 개인이 신청한 학점에 비례해 등록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조선일보 DB

교육 시스템의 변화도 예고했다. 지난달 울산을 방문했을 당시 “교육 전문가들이 대개 옛날 사람”이라면서 “대대적인 교육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공교육 혁신, 평생교육 시스템 확충, 역량 강화 교육 등으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의 교육 정책 자문은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전 국회 교육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였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인물이다.

수능 두 번 시행 등 입시제도 개편 공약도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정책 방향도 공정성으로 향한다. 지난 9월 심 후보는 지역 간 격차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지방국립대 무상등록금 추진, 혁신도시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 상향 조정 등의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또 교육감 선거권을 16세까지 낮추는 방안을 이야기했다. 청소년 때부터 정치 참여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만 13~17세 청년이 참여하는 청소년 의회를 법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우리나라는 곳곳에 이른바 ‘연령 제한’을 둬 청년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공론장에서 지워버린다”며 “더 많은 청년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내고 더 많은 국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조선일보 DB

후보들 가운데 더 구체적으로 교육 공약을 발표한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다. 그는 “부모 찬스 없는 나라, 노력에 따라 계층 이동이 활발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대학 수시모집 폐지, 변호사 시험 응시 조건 변경 등을 내걸었다. 수시모집을 폐지한 자리는 수능과 내신으로 평가하는 정시전형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정시는 일반전형 80%와 특별전형 20%로 이뤄진다. 일반전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수능 100% 전형, 수능과 내신을 각각 50%씩 반영하는 전형이다. 수능은 7월과 10월 연 2회 실시해 더 나은 점수를 성적에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조선일보 DB

안 후보는 “정시 확대로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내신도 함께 평가하는 방법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년 입시 제도를 고쳐 교사들이 바뀐 제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도 사교육 시장이 커진 원인”이라면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집권 1년 차에 정한 대입제도는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나오지 않아도 정해진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정책도 눈에 띈다. 이로써 사법시험이 부활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교육계 “교육 결손 회복 우선시해야”

교육관계자들의 바람은 어떨까. 교육 관계자들은 이번 대선의 교육 정책은 ‘교육 결손 회복’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김경회 명지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는 “교육 포퓰리즘은 지양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력 저하와 격차 두 가지 문제를 우선순위로 한 공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 역시 “지금은 지난 2년간 누적된 학생들의 학습 결손과 정서 결핍을 회복하는 데 전념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을 초월해 교육을 국정의 중심에 놓는’교육 대통령’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박남기 공주교대 교수는 “교육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서 “교육의 출발점부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 대선 주자들이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 대한 큰 흐름을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