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고 나면 온종일 트림이 나오거나 속이 더부룩해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는 단순히 소화 능력이 떨어지거나 나이 들어서가 아니다. ‘체내의 효소’가 부족한 탓이다. 효소는 우리 몸 곳곳에 존재하며 체내의 모든 생화학 반응을 담당한다. 소화를 돕고 질병을 치료하며 숨 쉴 때마다 체내에 잔류하는 활성산소를 퇴치하기도 한다. 보고 듣고 만지는 등의 모든 신체활동을 돕는 것도 효소의 역할이다. 즉, 효소 없이는 신체에서 어떠한 활성도 일어나지 않는다.
체내 활성 도맡는 부지런한 일꾼 ‘효소’
‘생명의 근원’이라 불리는 효소는 지금껏 밝혀진 것만 5000개 이상이다. 이러한 효소들은 1초에 100만 회에 달하는 활동으로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게 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순간에도 효소는 체내 곳곳에서 세포 활성화를 가능케 한다. 덕분에 우리는 낮 동안 피로해진 신체를 회복하고 다음날 사용할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효소는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에도 존재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곳에 효소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효소는 평생 만들어지는 양이 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체내 부족한 효소를 채워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이려 많은 이들이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테라피(Enzyme Therapy)를 연구해왔다.
식품에 존재하는 효소를 섭취하려는 사람도 많으나 효소는 섭씨 45도(℃)가 넘으면 살 수가 없다. 즉, 현대인이 자주 찾는 불에 가열된 음식, 자극적인 가공식품 혹은 인공식품에는 효소가 없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오롯이 체내 효소를 쓰게 되고 결국 효소 부족으로 만성 피로나 소화 불량 등을 겪을 수 있다.
음식물 분해하고 영양분 체내에 흡수시켜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소화가 잘 돼야 한다. 소화가 안 된다는 건 섭취한 음식물 속의 영양분이 체내에 충분히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몸에서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져 양질의 영양소를 먹어야 하는데, 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양소가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출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물이 입을 통해 신체로 들어오면 침샘, 위, 췌장 등에 있는 소화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해 분자 크기의 영양소로 만든다. 소화효소가 부족하면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음식물들이 장(腸) 안에 찌꺼기로 남아 장 내 유해균 번식을 유발한다. 각종 독소와 가스를 내뿜어 딱딱한 숙변으로 남아 장벽에 달라붙기도 하고,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신체 곳곳에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음은 대사효소 차례다. 소화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해 바꾼 영양소를 체내 곳곳으로 보내는 일부터 혈관 청소, 염증 완화, 항암, 면역 등 다양한 일을 담당한다. 대사효소 활성화에 따라 우리 몸이 건강한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소화효소가 부족해지면 대사효소가 소화효소의 일을 대신하게 돼 정작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대사효소의 본래 활동이 적어져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항암치료로 약해진 위 보강
항암치료에는 독한 치료제가 사용된다. 이로 인해 환자의 속이 불편해지고 식사가 어려워져 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효소가 항암치료로 약해진 위장의 기능을 강화해 체내의 영양분 흡수율과 신진대사를 높여준다. 또 속을 편하게 하고 구토 증상을 완화하거나 대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도와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돕는다. 암과 싸우는 데 필요한 면역력 강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는 일부 암환자에게 췌장효소제제를 처방해 우리 몸속의 면역세포들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효소 활동이 왕성하면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효소가 활발히 활동하면 정상세포는 많아지고 비정상세포는 사멸한다는 얘기다. 또한 효소가 많으면 혈액의 점도가 낮아지는데 이로 인해 모세혈관의 혈액 흐름이 좋아지면서 신체 곳곳에 산소를 원활히 공급해 암 발생률을 줄여준다고 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의 발생학자 존 비어드(John Beard)는 암 치료에 효소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암 발생에 효소 부족이 관여한다고 추측했다. 당시 그의 이론은 동료에 의해 저항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실시한 다수의 치료 결과 암세포의 성장이 억제됐음이 확인됐다.
효소량 급감하면 ‘노화 시작’
나이가 들수록 각종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의 노화가 시작된다. 이는 효소의 양이 줄어드는 20대부터 서서히 나타나다가 슈퍼항산화 효소라 불리는 SOD(Superoxide dismutase)의 생성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효소가 세포 활성화를 전만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학계 연구에 의하면 효소가 함유되지 않은 음식물만을 섭취한다면 타고난 수명의 3분의 1밖에 살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소화효소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대사효소의 활동성이 적어지고 이로 인해 각종 호르몬과 면역체계의 불균형이 일어나 노화가 촉진된다.
곡물·발효…보다 많은 효소 섭취 가능케 해
부족한 체내 효소를 식품효소로 채우기 위해 발효식품을 먹는 게 좋다. 발효는 말 그대로 ‘효소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발효효소의 경우 발효 전보다 발효 후 2배가량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본이 장수(長壽)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발효식품인 낫토와 채소 절임, 날것인 회를 즐기는 식습관 덕분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전부 효소가 많은 음식이다.
곡물효소 섭취도 한 방법이다. 곡물효소는 체내의 생화학반응을 원활하게 하며 음식물을 분해해 영양분의 흡수를 돕고 독소를 배출하는 데 탁월하다. 장 속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해 변비를 완화하고 혈액 정화작용에도 효과가 좋다. 또한 곡물을 발효하면 고분자가 잘게 쪼개지면서 생리활성물질이 극대화돼 소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에드워드 하웰(Edward Howell, 1896~1986)
세계적인 효소 영양학자다. 50년간 효소를 연구해 1985년 출간한 ‘효소영양학개론’은 효소 연구의 기초가 됐다. 그는 “난치병은 극단적인 효소 부족이 원인이다”, “효소가 없으면 수명을 다한다” 등 효소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