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청년이 서울 구청장이 됐다. 박일하(58) 동작구청장 이야기이다. 그는 고교 시절 넉넉지 못한 형편에 학비가 전액 무료였던 철도대학을 선택했다. 충북 제천에서 대학에 가려고 상경했지만 머물 곳이 없어 신사역 근처 신문보급소에서 배달을 하며 숙식을 해결했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졸업 후 철도청 말단 직원부터,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 투자심사담당관 등에 이르기까지 숱한 간난신고의 시간을 견디며 ‘자수성가’했다.
동작구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치신인인데도 박 구청장에 주목했다. 지역발전을 원하는 구민들의 기대가 30여년간 국토교통 개발 정책을 지휘해온 박 구청장에게 몰린 것이다.
구청에서 만난 박 구청장은 개발사업에 관해서는 뚜렷한 관점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정부가 시행하려는 공공건설주택특별법에 따라 구청과 민간이 함께 협업하면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동작구형 재개발·재건축’이다. 그의 인상은 서글서글했지만 이름 ‘일하’에서 빗댄 ‘일하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각오는 단단해 보였다.
-취임식에서 밝힌 슬로건이 ‘일하는 동작, 새로운 변화’다.
“지난 12년간 동작구는 변화의 동력을 잃어 사실상 정체 상태다. ‘베드타운’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취임 후 1개월, 100일, 6개월, 2년 내 해결해야 할 과제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로드맵에는 도시개발·복지·생활·역사·문화 등 실행방안을 담았다. 당장은 20억 규모의 중소기업육성기금을 편성해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게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급한 과제 해결을 시작으로 동작에 숨을 불어넣어 다시 뛰게 하겠다.”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공언했는데.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주택특별법으로 개발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관리처분이 아닌 토지매입 방식을 적용해 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일괄 매입해 분양한다. 개발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2년 반이면 끝나 획기적이다. 지금까지는 공공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동작구형 재개발·재건축’ 모델로 민간 참여를 추진하겠다. 구에서 출자한 전담 지원법인을 통해 사업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개발 이익은 동작구의 주민 생활 인프라를 위해 재투자하겠다.”
-노량진 일대 개발 계획은.
“노량진을 뉴욕 맨하탄 ‘코넬데크’처럼 신산업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 빅데이터, 차세대통신, 인공지능 등 이른바 DNA(Data, Network, AI)로 불리는 신산업분야 청년 창업의 메카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노량진역 민자역사에는 e스포츠 세계대회장을 유치하고자 한다. 노량진은 청년들이 많이 몰리면서 인천공항과 9호선이 연결되는 입지적 장점으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LoL(롤)’을 만든 글로벌 게임 개발사이자 대회 주관사인 ‘라이엇 게임즈’ 등과 협의해 대회장을 적극 유치하겠다.”
-노량진 민자역사 착공은 지연되고 있지 않나.
“노량진역은 하루 30만명이 거쳐가는 요지다. 이들이 여기에 잠시라도 머물게 하겠다. 동작구민들로서는 여의도나 용산으로 나갈 길목역할을 하므로 민자역사를 건설하면서 지하에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동작구 전체가 도로망이 협소한데 노량진의 경우 역사를 만들면서 도로도 확충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개발사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절차만 마무리되면 국토부, 코레일 등과 협의해 신규 투자를 유치하겠다. 착공은 2023년이 목표다. 서울시가 한강대교 남단 부지를 활용해 노량진 일대를 서울 최고 수변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해 투자 가능성은 높다. 민자역사를 63빌딩에 견주는 랜드마크로 건설하고, 옆 수변지역에 대관람차 같은 놀이시설까지 짓는다면 집객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돈 버는 구청’을 만들겠다고 했다.
“동작구는 상업지역이 적어 재정자립도가 약 28%로 자치구 중 10위 수준으로 낮다. 서울시나 중앙정부 재정에만 의존하고 있어 구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청에 더 많은 권한이 필요하다. 앞으로 행정에 ‘민간경영방식’을 도입해 투자를 유치하고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겠다. 그 재원으로 연령·생애주기별 복지 지원 자금을 확보하고 경로당·체육시설·공영주차장 등 생활SOC를 확충하는데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