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 설립된 중앙사회서비스원이 1주년을 맞이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계자들이 1주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중앙사회서비스원 제공

“장군,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어르신 돌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옵니다. 돌봄전선 확충이 절실합니다!”

‘전란(戰亂)’과도 같은 돌봄 위기 상황을 사극(史劇)으로 재연한 중앙사회서비스원의 홍보 영상 ‘돌봄대첩’은 이와 같은 대사로 시작한다. 부하 장수의 피맺힌 외침에 ‘장군’은 “전국 사회서비스원 기지들과 복지 자원 등 지역사회 모든 돌봄 자원을 학익진(鶴翼陣·상대를 원처럼 둘러싸는 형태의 진법)처럼 하나로 연결해 돌봄 최전선 강화에 나설 것이네”라고 답한다. 재치 넘치는 구성으로 중앙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명료하게 설명한 ‘돌봄대첩’ 영상은 지난해 말 공개 7일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하며 주목받았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돌봄대첩’이 상징하는 것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지난해 설립됐다. 지난 23일 설립 1주년을 맞아 서울 신라호텔 루비홀에서 ‘개원 1주년 기념식 및 콜렉티브 임팩트 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 전국 15개 시·도 사회서비스원 원장, 전문가와 현장 실무자 및 정책 관련자 등이 참여해 사회서비스 정책을 논의했다. 또 중앙사회서비스원의 향후 역할에 대한 지역과 현장의 기대와 바람 등을 전달했다.

안수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연구센터장이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서비스 현주소’에 대해 발표한 후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이 ‘사회서비스 혁신, 고도화를 향한 중앙사회서비스원의 역할’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안수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연구센터장이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서비스 현주소는?

안수란 센터장은 ‘사회서비스’의 개념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사회서비스란 2000년대 중반, 사회투자국가 실현을 위한 중요 정책 기제로 부각된 독립적 제도 영역이다.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새 정부는 ‘서비스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다양한 사회서비스 욕구 분출에 비해 서비스 이용 보장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안 센터장은 “사회서비스 필요 가구가 전체의 58.4%였다면, 이용 가구는 33.1%였고 향후 이용 의향 가구는 60.0%이다”라고 수치를 설명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원하는 만큼 충분하게 제공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서비스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 역시 주관적으로 ‘보통’ 수준이었으나, 영역별로 편차가 심했다. 특히 출산 지원이나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해서는 50% 이상이 부담스러워했다.

안 센터장은 “향후 사회서비스 이용 의향률은 현재 이용률의 1.1~8.2배에 달해, 서비스 잠재 수요가 큰 편으로 파악된다”며 “사회서비스의 양적 확대가 선결돼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사회서비스의 속성과 유형을 고려해 ▲공공·민간 ▲중앙·지방정부의 역할 분담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 원장이 사회서비스 혁신과 고도화를 향한 중앙사회서비스원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혁신·고도화에서 중앙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은?

안수란 센터장의 현황 진단에 이어, 조상미 원장은 사회서비스 혁신과 고도화를 향한 중앙사회서비스원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사회서비스 진흥으로 대한민국 삶의 질 향상을 견인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혁신 인프라 구축 ▲사회서비스 품질 관리 ▲시·도 사회서비스원 지원 ▲이용자 권익보호 및 종사자 처우 개선 ▲사회서비스 정책 지원 및 통합지원시스템 구축 등의 5대 전략 과제를 추진 중이다. 조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복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전략 과제별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선보였다. 로드맵의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올해는 ▲사회서비스(제공 기관) 간 융합으로 이용자 중심의 혁신적 모델을 갖춘 서비스 지원 ▲우수 공급자 발굴 및 서비스 표준 모델 개발 ▲민관 합동 사회서비스 혁신을 위한 정책포럼과 전문가 회의 개최 ▲사회서비스 품질평가·품질인증 도입 등 굵직한 계획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조 원장은 “올해 이후, 중앙사회서비스원은 보건복지부, 시·도 사회서비스원, 사회적 경제조직(민간기업 등),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과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신(新) 사회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콜렉티브 임팩트 포럼- 사회서비스 현장 전문가를 만나다]

중앙사회서비스원의 ‘개원 1주년 기념식 및 콜렉티브 임팩트 포럼’ 2부는 ‘사회서비스 혁신, 고도화를 향한 발걸음: 현장 전문가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회서비스 혁신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대구광역시·경기도·전북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회서비스 혁신을 이끌어온 리더들의 현장감 넘치는 발표에 갈채가 이어졌다.

대구 동구 안심 제1종합사회복지관 김의용 팀장이 지역 청소년 자유공간 '들락날락' 개소 및 다양한 지역돌봄네트워크 구축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안심하는 지역돌봄네트워크

대구 동구 안심 제1종합사회복지관의 김의용 팀장은 지역 내에서 저소득 청소년 밀집 지역으로 인식된 안심1동 친구들을 위해 체계적인 지역돌봄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곳 청소년들에게는 방과 후 취미나 여가생활은 물론, 자유롭게 이용할 공간 자체가 부족했다. 특기·적성 개발에 맞는 문화예술 배움 활동(난타 및 다양한 악기 수업)을 제공하고, 다양한 동아리 조직도 지원했다. 해당 지역의 학교는 물론 후원기업·청소년단체·지역아동센터·주민단체·사회복지관 등이 모두 합심해 청소년들의 자기 성취감 향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김 팀장은 “각 기관의 촘촘한 네트워크가 ‘돌봄’이라는 주제에 맞게 적절하게 연결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2014년 처음으로 장애인 대학생을 배출한 바 있는 경기도 의왕시 리엔리언어심리학습센터 이조영 대표가 사회서비스 품질인증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음과 마음의 연결, 청소년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다

경기도 의왕시의 리엔리언어심리학습센터는 지난해 12월 사회서비스 품질인증을 받은 기관이 됐다. 석박사를 나온 전문가들과 함께 놀이·언어·미술 등 다양한 치료를 지원하는 이곳은 특히 난독(難讀·읽기 장애)·난산(難算·수학 학습장애)뿐 아니라 원어민 선생님과의 ‘영어난독’ 문제 해결까지 시도하고 있다. 2014년에는 장애인이 처음 대학에 합격해 자체 장학금을 지급했고, 2017년 의왕시 사회복지공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조영 리엔리언어심리학습센터 대표는 “취학 전 휠체어 타고 온 아이와 인연을 맺고, 12년 동안 말하기와 듣기부터 가르쳐 첫 장애인 대학생을 배출했다”며 “담당자들 모두가 ‘느리지만 천천히’라는 모토 하에 연결돼 협력하는 문화가 주효했다”고 돌아봤다.

프로그램 품질 인증제 시행으로 전북형 사회서비스 롤 모델을 발굴한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 정하나 단장이 '지역맞춤형 사회서비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지역에서 혁신이 싹트다…‘지역맞춤형 사회서비스’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지역사회서비스지원단 정하나 단장은 농촌지역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왔다. 먼저 지역 경제조직을 사회서비스에 유입시켰고, 프로그램 품질 인증제 시행으로 전북형 사회서비스 롤 모델을 발굴했다. 또 노인 수요자 맞춤형이 될 수 있도록 운동 서비스를 재구조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보건복지부 시도 성과 평가(지역복지사업평가)에서 대상을 받았다. 정 단장은 “앞으로도 지역 내 공공·민간기관·전북사회서비스원과 긴밀하게 협조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