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제공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큰 갈등을 일으킨 간호법의 가장 큰 문제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따르면, ‘특성화고 간호관련 학과 졸업자’ 또는 ‘간호학원 이수자’만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다. 법안대로면 전문대에서 간호조무과를 졸업해도 응시자격이 안 돼 간호조무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국가자격기술법상 기능기술과 서비스 분야에 300개가 넘는 국가자격이 있지만, 간호조무사처럼 학력을 제한한 경우는 없다. 미용사나 조리사가 되려면 전문대 출신이든, 학원에서 배웠든 아무런 제한 없이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간호조무사 자격을 특성화고와 사설학원 출신으로만 제한해 일부 지원자의 응시 기회조차 법으로 막아버리는 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만 환자를 돌보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간호 인력의 절반이 간호조무사다. 장기요양시설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약 4000명이지만, 간호조무사는 1만5000명이나 된다. 국민 건강과 의료 복지 시스템에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들은 “간호조무사는 고졸이면 충분하다”며 이를 법으로 못 박으려고 한다. 초고령 사회에선 간호 인력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기에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간호조무사가 전문대에서 심도 있게 공부해 직무능력을 향상하려는 것을 반대한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를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야당을 비롯해 간호사 단체들은 이번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제한도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의료법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새로 제정하는 법에서 이를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으려면 굳이 간호법을 새로 만들 이유가 없다. 간호조무사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간호법 제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