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혁 순천향대 의과대학 교수 겸 제15대 대한암협회 회장이 ‘만성질환’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암 발병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한암협회 제공

대한암협회에 따르면 2020년 암 발생자 수는 총 24만8000명이었으며, 2021년 총 암 환자 수는 171만 명이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암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수는 794만 명이었고, 진료비는 총 37조원에 달했다. 5년간 무려 19%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 수명인 83.5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다. 남자(80.5세)는 5명 중 2명(39.0%), 여자(86.5세)는 3명 중 1명(33.9%)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모두 암 예방을 위해 어떤 점에 신경 써야 하는지, 이민혁 제15대 대한암협회 회장(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에게 자세히 들었다.

이민혁 교수는 “식습관이 암 예방과 치료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암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암 예방은 물론, 암 경험자 맞춤형 가이드까지 제시한다. 국민에게는 암 예방을, 암 환자에게는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방→치료→사회 복귀 등 입체적 캠페인과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암 치료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암 환자 중에도 장기 생존자가 많아 초반 치료보다 후기 관리가 ‘키포인트’이다. 그리고 환자와 가족 간의 정서적인 문제도 ‘리셋 캠페인(암 생존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응원)’을 펼치며 함께 신경 쓰고 있다. 암 환자의 ‘영양 관리’ 연구 또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암 환자 현황은.

“지난 2020년 통계상 암 환자 수는 2019년에 비해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암 검진을 덜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유방암·전립선암 환자는 계속 늘고, 대장암·위암·간암·자궁경부암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 이상일 정도로 높은 편이다. 유방암·전립선암 등은 ‘선진국형 암’이고, 대장암·위암·간암·자궁경부암 등은 짜게 먹는 식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후진국형 암’이다. 위암과 대장암은 건강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진단이 잘 되는 편이기도 하다. 갑상선암·전립선암·유방암은 생존율이 매우 높지만, 간암·췌장암 등은 낮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암 환자에게 적합한 식생활과 필요한 영양 섭취는.

“영양 상태는 ▲질병의 사망률 ▲치료 효과 ▲삶의 질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암 환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잘 먹어야 암을 이기고 독한 항암치료에 필요한 영양 상태도 유지할 수 있다. 적절한 영양식은 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을 잘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며, 감염의 위험도 줄인다. 항암치료로 손상된 세포도 빨리 재생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암을 낫게 해주는 특별한 식품이나 영양소는 없다. 충분한 열량 및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타민·무기질을 섭취해야 한다. 좋은 영양 상태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가능하다. 항암치료 환자들은 식욕부진·구토·설사 등에 시달린다. 그래도 영양 섭취가 균형을 이뤄야만 체력과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섭취가 도움이 되나.

“암은 치료만큼이나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영양 섭취는 암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양 상태가 불량하면 항암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도 심해질 수 있다. 특히 비타민B6·비타민C·비타민D·비타민B12·단백질·오메가3·셀레늄·칼슘이 암 환자의 영양 섭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규격’이 신설됐다. 그동안 환자용 식품은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표준제조 기준이 마련됐다. 이는 다양한 질환에 특화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규격 신설로 암 환자의 치료·회복 과정 중 체력 유지와 보충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맞는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은 단백질을 기반으로 오메가3 및 다양한 비타민·미네랄로 구성돼 있다. 암 환자들은 항암제와 부작용 때문에 영양 제한이 까다롭고 냄새·맛에 극도로 민감해 일반식은 대부분 못 먹는다. 이 때문에 ‘암 환자용 영양조제식품 규격’ 신설과 함께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암 환자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하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식습관은.

“무엇보다 음식 섭취에는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 단백질·탄수화물·지방·미네랄·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있는 식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나아가 ▲육류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은 과자나 빵 ▲당이 많은 식품 등은 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맛있는 것은 다 적당히 자제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

-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한 각종 정보가 소셜미디어(유튜브 등)를 통해 범람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를 어떻게 걸러서 소비해야 하나.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사실 수많은 ‘대체 요법’에 대해 하나하나 임상시험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또한 제시하기 어렵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정보의 진위나 정확성도 알 수가 없다. 만약 환자라면 이런저런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가, 즉 주치의 조언을 듣는 게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 전문의인 저에게 오시면, 환자가 섭취하고 싶은 음식 중 어떤 것에 해로운 ‘피토 에스트로겐’이 많은지 확인해 드릴 수 있다. 그리고 적절한 식이조절에 대해서도 상담해 드린다. 상업적인 콘텐츠에는 어쨌든 주의해야 한다. 해조류·영지버섯추출물·한약 등 검증되지 않은 특정 기능 소재에 대해서는 섭취 시 면밀한 검토 및 주의가 필요하다. 영양 조절이 암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검증된 음식을 섭취하는 편이 좋다.”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 암 경험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현재 암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이 암 예방에 매우 효과적이다. 스트레스는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므로 정기적인 휴식과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조기 발견이야말로 암을 만성질환으로 만드는 핵심 수단이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한다. 대부분 검진을 소홀하게 생각해 치료 ‘골든타임’을 놓친다. 유방암을 예로 들면 나이 든 분들이 검진에 더 적극적이다. 반면 30~40대는 젊다는 이유로 신경 쓰지 않다가 유방암 3기쯤 돼서 뒤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유방암의 경우 자가진단법도 여성들에게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