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및 제어기능이 포함된 '상용특수차량(1세부)'과 '작업보조차량(1세부)'이 '엣지 관제 시스템(2세부)'과 통신하며 위험인지 및 지능제어, 사각제거, 현장통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제공

최근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는 신호수였다. 성토작업을 위해 토사를 하역하고 이동하는 25t 덤프트럭 옆에 서 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매년 건설현장에서 특장차와 관련된 60~70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동 중인 고소작업차에서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철물 협착사고, 운전자가 수로구간을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추락사고, 작업자 통제 미흡으로 인한 압사사고 등 다양한 형태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용특장차량 관련 사고는 중대 재해인 경우가 많다. 상용특장차란 ‘특정한 용도로 장비를 갖추고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설비와 구조를 갖춘 자동차’다. 완성된 상용차의 적재함이 없는 차량에 용도별로 특수 장비를 갖추어 제작된 특수차량이다. 일반 승용차 대비 공차 중량이 5배 이상 무거운 중대형 특수차량에 속하기 때문에 운행 중 동력, 제동 내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상용특장차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대형사고 및 사망사고로 직결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관련 사고 예방과 피해경감을 위해 안전규제를 강화하고 능동안정기술 적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관련 기술개발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산업부 지원 상용특장차 ‘사고율 제로’ 자율주행 기반 플랫폼 기술개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주요 상용차량에 대한 위험 환경을 제거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기술개발사업(스마트카)’을 통해 상용차량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사고율 제로’ 플랫폼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기업·연구원·대학 등 전문기술을 보유한 총 12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지난 2022년 4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3년 9개월 동안 220억을 투자할 예정이다. 총괄연구개발기관은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이다. 이 과제의 책임자인 윤종일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산업혁신전략연구실장은 “원활한 세부 과제 수행을 위한 사업 운영과 표준·법제·규제 관련 보고서 발간을 통한 기술개발 관련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1세부 과제의 주관연구 개발기관인 ㈜HR E&I(연구책임자: 홍 용 부사장)는 공사현장에서 자율주행과 협업 제어가 가능한 하드웨어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세부 과제의 주관연구개발기관 ㈜베이리스(연구책임자: 오종환 기술이사)는 엣지시스템을 통해 특수차량과 작업차량의 인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는 통합관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엣지시스템은 기존의 중앙 데이터 처리 방식인 클라우드의 한계를 보완한 가장 첨단화된 컴퓨팅 시스템으로.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시스템의 맨 끝 단계이자 단말 장치에 가까운 곳에서 처리되는 시스템이다. 본 과제에서는 위험상황을 분석해 상용특장차의 사고 발생 확률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1세부 과제에서 개발 예정인 특장차 1대와 작업보조차 4대는 모두 특수 차량의 작업 안정성 확보를 위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장애물과 노면 등 주변 상황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차량이다. 2세부 과제의 엣지시스템은 특장차와 작업보조차량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융합해 위험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통합 관제시스템이다.

연구개발이 완료되면 2세부의 엣지시스템이 1세부의 특장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특장차와 작업보조차의 협업, 차량에서 수집된 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현장을 통제할 수 있다. 실시간 위험판단 기술 등이 구현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HR E&I는 올해 안에 특장차 1대와 보조차 4대에 대한 시제품 개발하고, ㈜베이리스는 실증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엣지 통합관제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 1단계를 수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2024년도부터 2단계가 시작되는데, 1단계에서 개발된 하드웨어(특장차·보조차)와 소프트웨어(위험상황 분석을 위한 통합관제시스템)를 통합해 실제 위험환경을 적용한 곳에서 실증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개발 구성도(컨소시엄).

◇상용차량 사고율 제로 플랫폼 기술 확보

이번 과제를 통해 건설·산업 현장에서 작업자를 비롯한 주변 환경에 대한 안전성 확보와 상용차량에 대한 ‘사고율 제로’ 플랫폼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개발이 완료되면 일반적인 도로 자율주행 기술로 극복이 불가능한 위험환경(비정형도로 등 공사현장)에서의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다.

이는 비포장 공사환경, 일반도로 내 공사구간 등 다양한 위험환경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사고율 제로 플랫폼 확산을 통한 작업자 안전성 확보 및 인명보호가 가능하다. 다양한 특장차에 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글로벌 기술 선점과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기대된다. 작업차량의 운행기록, 작업패턴 등을 엣지 관제시스템과 연동함으로써 기술적 결함을 사전에 분석하는 등 첨단 기술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사고율 제로 플랫폼 기술은 정형 도로의 주행뿐만 아니라 비정형, 실내주행 및 협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용특수차량 이외에 건설기계, 수송기계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작업보조차량의 경우 순찰, 수송,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산의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전경.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제공

◇건설기계 4대 강국 견인하는 국내 유일 건설기계 전문생산기술연구소

건설기계부품연구원(원장 채규남)은 건설기계산업의 육성과 기술 고도화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4년 3월 군산에 설립됐다. 2018년 6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아 건설기계분야 산업발전 및 기업 기술경쟁력 강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지정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 승격됐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은 ICT, IoT 등 첨단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건설기계 및 수소, 전기 등 차세대 동력원을 사용한 친환경 건설기계 관련 기술, 재난안전산업관련 플랫폼 구축 등 다양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채규남 원장은 “건설기계산업은 작업효율과 친환경, 안전성 향상 추세에 맞춰 핵심부품의 전자화 기술이나 스마트 건설기술과 관련된 건설기계 기술개발이 주목받고 있다”며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기계를 비롯한 상용차, 특장차, 농기계에 대한 시험·인증,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사업을 중점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