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에 있는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 김천고등학교가 2024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준비 중이다. 총 240명을 선발한다. 일반전형에서 전국단위 96명, 광역(경북)단위 89명, 태권도 특기자 7명을 모집한다. 사회통합전형에서는 48명을 선발한다. 여기에 정원외로 외국인 유학생 16명, 국가유공자 및 특례대상자 각 7명씩 선발한다. 1단계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과 출결로 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생을 뽑는다.
자세한 모집 요강은 김천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김천고는 휴대전화 교내 반입 금지, 체계적인 건강 체크와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 등 꼼꼼한 학생 생활관리로 학부모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3학기제 운영, 차별화된 독서·토론 수업 등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는 프로그램도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대폰 디톡스’ 생활, 사색하는 10대들
초등학교에 입학도 안 한 어린이도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세상이지만, 김천고 학생들은 입학하는 순간부터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 교내로 전화기 반입 자체가 금지다. 학생들은 대신 학습용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할 수 있고, 교내 공중전화가 있어 부모님과 연락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김천고는 입학설명회 때마다 휴대전화 금지 규칙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재차 강조한다. 김천고 졸업생들은 “학교 방침으로 3년간 휴대전화 없이 지내보니 그 또한 살아지더라” “전화기가 없으니 사색의 즐거움을 알고, 친구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김천고 관계자는 “휴대폰 금지 방침으로 재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다양한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학교의 입장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3학기 선택교과제, 원하는 수업 듣는다
김천고는 정규 1, 2학기에 덧붙여 겨울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3학기’ 또는 ‘겨울학기’로 불리는 독특한 학사 운영으로 학생들은 1월 초부터 약 5주간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선택교과 심화 수업을 교내에서 수강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는 고교학점제는 김천고의 선택교과 교육과정과 그 취지가 같다고 볼 수 있다. 김천고는 고교학점제를 10년 전부터 실시해왔다. 선택교과는 본인의 진로와 희망에 따라 이뤄지는 수업으로 AP경제학, 논어, 중용, 인문학, AP심리학, AP통계, SAT 과목 등 다양한 강좌가 개설돼 진로와 관련된 교양을 쌓을 수 있다. 이수한 과목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전부 기재되는데 이렇게 키운 전공 역량은 대입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강점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관리·식단관리 걱정 마세요, 토탈케어 시스템
김천고는 전국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며 한 달에 한 번 정기 외박을 하는 기숙 학교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며, 학업을 병행하고 본인만의 건강 관리법을 체득한다. 남자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변수가 많다. 체육 활동을 즐기는 남학생들의 특성상 자잘한 부상이 생길 수 있어 보건교사가 학생들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에는 담임교사와 보건교사가 학생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급히 병원에 가는 경우 직접 데려간다. 기숙사에서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사감 선생님이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한 학부모는 기숙사 사감 선생님에게 “유치원 때처럼 아이를 돌봐주는 것 같아 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건강관리 뿐 아니라 식단에도 관심이 많다. 학교식당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의 식단과 홍게라면, 전복톳밥, 장어덮밥 등을 맛볼 수 있는 다양함을 주무기로 영양사 선생님들이 애정을 갖고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학생들은 11월 교내에 새롭게 오픈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간식거리 해결도 편리하게 가능하다.
◇토요일 9시간 마라톤 독서 ‘토마독’과 ‘송설클라시쿠스’
2만5천여권의 장서를 보유한 김천고 솔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도서관에서 책 읽기에만 몰입하는 ‘토마독(토요마라톤독서)’이 대표적이다. 월 1~2회 실시하는데, 학생 60~70명이 참가한다. 참가 학생은 간식을 먹으면서 진행하는 하브루타 독서토론 30분, 저녁식사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자유롭게 책을 읽고 독서 기록지를 작성하고, 행사 종료 전 소감문을 쓰게 된다. 토마독을 경험한 학생들은 “입시로 바쁜 고교 생활 중 주말 토요일에 책을 읽다 보면 독서의 충만감과 몰입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한다.
고전 문학을 읽고 사색의 힘을 기르는 ‘송설클라시쿠스’도 만족도가 높은 독서프로그램 중 하나다. 클라시쿠스 수업에서 선택된 고전은 원전 또는 원문 완역본으로 읽는다. 교사 한 명이 학생 5-10명과 책을 읽고,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 연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5교시는 창의적 체험 활동, 스트레스 푸는 코인노래방
기숙형 남학교인 김천고는 교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따라서 학생들이 체육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10대 체력이 평생 체력을 좌우한다는 신념으로 점심시간과 더불어 5교시를 창체(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편성해 더 많은 체육 활동을 권장한다. 특히 BOA(Breaktime Outdoor Activity promotion)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체육 활동 정보를 교내에 설치된 안면인식기 16대를 통해 축적하고, 학기말에 종합하여 덕체지 삼품제 및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김으로써 학생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김천고는 입시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을 위해 동문들의 지원을 받아 교내에 코인노래방 기기 9대를 도입했다. 학교 관계자들도 학생들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4만 동문의 저력, 軍 대장 2명 배출
김천고 설립자인 최송설당 여사는 고종 황제의 아들 영친왕의 보모이자 마지막 궁중 여류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이 극심하던 시기에 ‘한 사람의 인재가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영남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고자 전 재산을 들여 김천고를 설립했다.
1931년 개교해 88기 졸업생을 배출 예정인 김천고는 4만여명 동문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명문고다. 동문들은 장학금, 시설 지원, 도서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애교심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군 수뇌부 인사에서 김천고 출신 2명이 4성 장군이 돼 눈길을 끌었다. 합참의장으로 내정된 김명수 대장은 송설49회,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 된 고창준 대장은 송설51회 졸업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