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다문화인구는 19만458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국적인 인구 감소세에도 다문화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다문화인구는 2만3000명 가까이 늘어난 반면 서울 인구는 약 60만명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가 다문화가구를 위한 정책 및 사업을 꾸준히 내놓는 이유다.

◇ 다문화 생활·소통 지원책 마련에 힘써

서울 각 자치구들은 다문화가정의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화 및 언어의 차이로 오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강북구가족센터에서 열린 ‘다좋아’ 다문화 3대 가족 프로그램 모습. /강북구

광진구(구청장 김경호)는 최근 ‘다문화 글로벌 가족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이다. 건대입구역에 자리잡은 센터는 ▲문화 이해교육 및 한국어 교육 ▲각종 문화 관련 자조모임 ▲소통 및 휴게 공간 등을 제공한다.

강북구(구청장 이순희)는 가족 간 갈등을 겪는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다좋아’ 코칭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조부모·부부 집단상담부터 자녀 친구들과의 나들이나 ‘3대 가족’ 체험활동까지 다양한 가족활동을 제공한다. 결혼으로 타국살이를 하게 된 한 참가자는 “프로그램 덕분에 시부모님과의 오해를 풀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서대문구(구청장 이성헌)는 매년 다문화 가족운동회인 ‘다(多)가(家)가다(Go!)’를 개최한다. 다문화가족과 비다문화가족이 함께 어울리며 서로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화합의 장이다. 지난해 가족운동회에서는 다문화 체험 부스 및 마술쇼 공연 등이 마련됐다. 용산구(구청장 박희영)는 매년 특정 주제의 레시피를 겨루는 ‘다문화요리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다문화가정에게 서울 자치구 최초로 ‘정착장려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6월 다문화가정 16가구를 선정, 적응 교육을 수료한 모든 가정에 각각 장려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 “다문화주민 교육? 맡겨주세요”

대다수 자치구는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주민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언어 교육뿐 아니라 자녀들의 기초학습 지원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강동구 '무지개 한국어 학교' 오리엔테이션 모습. /강동구

도봉구(구청장 오언석) ‘다문화엄마학교’에서는 지난 1월 첫 졸업생 15명을 배출했다. 다문화엄마학교는 국내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초등 교과 교육 등을 제공해 학령기 자녀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한 결혼이주여성은 졸업식에서 “초등학교 과목에 대해 배우면서 아이의 학교생활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은평구(구청장 김미경)는 2010년부터 결혼이민자와 중도입국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실력향상과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참가자의 수준에 맞춰 초·중급반으로 나눠 진행하며, 취업을 희망하는 결혼이민자에게는 취업한국어 및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강동구(구청장 이수희)는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무지개 한국어학교’를 운영한다.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체험, 글짓기 체험 등을 통해 가족구성원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주민의 한국어 능력 향상을 돕고 있다. 국적 취득이나 취업활동 등도 지원한다.

◇ 일방적인 지원 넘어… 자립 돕는 다문화 사업

일방적인 지원을 넘어 다문화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같은 다문화주민을 돕는 역할을 맡긴 자치구도 있다.

한 결혼이주여성이 노원구 관내 어린이집에서 다문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노원구

구로구(구청장 문헌일)는 2017년부터 ‘다문화 명예통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명예통장들은 구와 외국인 이웃들을 잇는 가교로서 외국인 주민에게 각종 행정제도를 안내하고 협조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구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에게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랑구(구청장 류경기)는 기혼 여성 이민자들로 구성된 ‘중랑무지개 생활통역단’을 운영하고 있다. 10년 이상 한국에 거주한 통역단원들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관광통역사·사법통역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했다. 이들은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후배’ 이민자나 어린이집·학교·병원 등 기관에 생활 통역을 무료로 제공한다.

노원구(구청장 오승록)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결혼이민자 다이음’은 관내 어린이집에 결혼이주여성 강사를 파견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사업이다. 2023년에는 약 8개월간 관내 19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교육이 100회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다양한 국가의 전통의상과 전통놀이 등을 체험하며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강사들에겐 급여가 지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