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명동 노점상(거리가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20일 저녁 방문한 명동 노점상 대부분은 가격표를 눈에 띄게 내걸고 있었다. 위생복과 마스크 등 단정한 복장을 갖춘 상인들도 보였다. 일부 노점상은 카드 단말기까지 마련했다. ‘바가지 요금’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광경이었다.
변화한 노점의 모습에 이용객들은 만족감을 표했다. 명동 인근 직장인 박주연(30)씨는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비교하기 편해졌다”고 말했다. 한 노점에서 체크카드로 닭강정을 구매한 대학생 이우현(25)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좌이체만 가능해서 번거로웠는데 카드 결제가 되니 좋다”고 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일부 노점에선 외국인 관광객들도 수월하게 음식값을 계산했다.
이런 명동의 변화는 중구가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중구는 지난해 10월부터 명동에 ‘가격표시제’를 도입한 바 있다. 가격표시제는 메뉴판 등을 만들어 물품 가격을 표시하는 제도. 그 결과 ‘부르는 게 값’ 식으로 가격을 높여 부르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높은 요금과 현금 결제 등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중구는 다시 한번 팔을 겉어붙였다.
중구가 내놓은 다음 대책은 사업자 등록과 카드 단말기 설치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부 노점상에 사업자 등록을 진행했다. 나아가서 오는 3월까지 360여개 노점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다양한 결제방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중구 관계자는 “카드 단말기가 도입되면 결제 방식이 편리해져 결국 노점상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간 이어진 논란에 자구책을 찾고자 한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바가지 요금도 손보기로 했다. 특히 붕어빵·어묵·오징어구이 등 주요 인기 메뉴 10개 품목의 가격에 대해 자체적인 ‘월별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점검할 방침이다. 원재료 가격 인상 등으로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구청과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위생 복장도 일원화한다. 위생모·마스크·장갑 등 통일된 복장을 착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명동 먹거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또 구는 상인들이 정기적으로 보건증을 제출토록 하고 위생점검도 강화한다.
상인들도 적극 동참하겠다는 반응이다. 명동 노점상 연합회인 명동상인복지회 이강수 총무(51)는 “이번 (노점상의) 변화는 상인과 구청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라며 “명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