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남 여수시 관문동 여수교육지원청 ‘글로컬 미래교실’. 전남도교육청이 오는 29일 처음 공개하는 ‘2030 미래교실’ 다섯 곳 중 인공지능(AI)을 특화한 국내 유일 ‘AI 교실’이다. 학생과 교사가 AI 장치로 오롯이 교감하는 곳이다. 도교육청은 박람회를 앞두고 여수와 목포 등 두 곳에 사전 미래교실을 구축했다. 여수 AI 교실은 그 중 하나. 박람회 기간 미래교실에서 실제 수업을 11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59시간 동안 진행한다. 여수·목포 사전 미래교실은 교사와 학생이 박람회 때 수업을 미리 준비하는 공간이다. 추후 연수를 희망하는 교사 등에게 개방할 방침이다. 김덕환(45) 여수 화정면 개도중 교사는 “AI 교실에서 어떻게 과학 수업을 진행할까 궁금해 방문했다”며 “실시간 수집한 학습 자료를 곧바로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지역 중심 미래 교육 선보인다”… ‘글로컬 미래 교육박람회’ 29일 여수서 개막
전남교육청은 이달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닷새간 여수 세계박람회장에서 ‘2024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 교육박람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글로컬(glocal)’은 ‘세계화(global)’와 ‘지역화(local)’의 합성어.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글로컬 미래 교육박람회에선 각 지역이 대등한 입장에서 ‘공생의 교육, 지속가능한 미래’ 주제에 맞춰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전남교육청은 교육부, 전남도, 경북교육청과 공동 개최한다. 미래 교육을 주제로 한 국내 첫 대규모 박람회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예상 관람객은 20만명이다.
전남교육청은 한국관, 엑스포컨벤션센터, 빅오해상무대, 국제관(A~D동), 엑스포 디지털갤러리, 해양광장, 엑스포광장 등 여수박람회장 대부분 시설을 활용한다. 2012년 8월 여수엑스포 폐막 후 방대한 박람회장을 고스란히 사용하는 행사는 처음이다. 김학주 전남교육청 홍보담당관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행사”라며 “지역이 중심이 돼 ‘글로컬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체계)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의 ‘감정·인지·행동’ 즉시 포착·분석하는 ‘2030 미래교실’
근미래 학생의 수업을 미리 체험하는 ‘2030 미래교실’이 가장 관심을 끌고 있다. 본지가 방문한 ‘여수 미래교실’에는 정원 18명 학생의 수업 중 모든 행동과 음성을 지연 없이 분석하고 이를 교사에게 바로 제공하는 AI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교사는 각 학생의 ‘인지’ ‘행동’ ‘감정’ 상태를 곧바로 포착하고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교사는 89㎡(27평) 교실에서 벌어지는 학생의 상태를 AI 장치를 통해 태블릿 피시(휴대용 컴퓨터)로 실시간 확인한다. 교실에는 98인치 교사용 터치스크린(전자칠판) 1개, 기울기 조정이 가능한 27인치 학생용 모니터 9개,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초고해상도(4k·UHD) 카메라 12개와 여러 마이크 등이 설치돼 있었다. 또 각종 무선 장비와 모니터 등이 장착된 AI 책상 3대가 놓여 있었다. 책상당 학생 6명이 둘러앉는다. 로봇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습을 돕는다.
AI 교실 플랫폼을 개발한 김경 한국에너지공대 교육혁신센터장은 “기존 교실은 시험 성적 등 ‘숫자’로 된 단편적인 자료밖에 없어 학습 분석에 한계가 있다”며 “미래교실은 각 학생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이고도 입체적인 학습이 가능한 혁신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조원국 박람회추진단 장학사는 “교사가 놓칠 수 있는 학생의 각 특성을 AI는 기록으로 빠짐없이 남겨놓는다”며 “미래교실은 ‘학생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등 세계 석학 총출동
도교육청은 미래교실 운영뿐만 아니라 미래 교육 전시와 콘퍼런스(전문 회의), 문화예술 교류, 축제 등도 선보인다. 미래 교육 전시 분야에선 17개 시·도교육청의 ‘대한민국 교육관’, 카카오·네이버·삼성·구글 등 국내외 유수 정보기술(IT) 기업이 참여한 ‘기업관’, 캐나다·독일·호주·네덜란드·인도·중국 등 22개국이 합류한 ‘국제교육관’을 운영한다.
미래 교육 콘퍼런스에 세계적 유명 석학이 총출동한다.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이름을 알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물론 싱가포르를 교육 강국으로 이끈 ‘탄운셍’ 전 싱가포르 국립교육원(NIE) 총장, 구글이 선정한 최고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 ‘지역 중심의 교실 수업 방향성’을 강조한 ‘폴킴’ 미국 스탠퍼드대학 부학장,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등이 참여한다. 또 유명 작곡가 ‘김형석’과 IT 혁신을 이끄는 ‘이소영’ MS 이사, 이순신 3부작을 만든 영화감독 ‘김한민’, 예능에서 활동 중인 ‘조나단·파트리샤’, 손흥민 선수의 부친이자 축구지도자 ‘손웅정’ 등이 박람회 기간 ‘진로 토크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