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북 칠곡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자원봉사단체 화합 한마음 운동회’에서 김재욱(가운데) 칠곡군수가 주민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은 ‘호국의 고장’으로 불린다. 6·25 전쟁 당시 국군 1사단이 북한군을 물리친 다부동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고, 이후 각종 보훈 행사들이 열렸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훈 행사 외엔 주목할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던 칠곡군이 변화하고 있다. 보훈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 산업을 키워내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역발상으로 접근해 할머니들을 지역 홍보대사로 내세우자 세계가 칠곡군을 주목했다. 교육, 농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재욱 칠곡군수가 있다. 지난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김 군수는 “호국 보훈의 고장을 넘어 다양한 색깔을 갖춘 명품 칠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칠곡군청에서 김재욱(맨 왼쪽) 칠곡군수와 ‘할매 래퍼’ 박점순(가운데) 할머니가 할매 래퍼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찾아온 카타지나 토마셰프스카(맨 오른쪽) 주한 폴란드 대사관 영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고령화 시대에 할머니들을 홍보대사로 내세운 유일한 지자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칠곡 인구의 18%에 달한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노인들도 활력 있게 생활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도와야 한다. 글을 익힌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디지털 글꼴로 만들었더니 윤석열 대통령이 연하장에 써주셨다.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쳐 그룹(수니와 칠공주)을 만들었더니 로이터통신에서 찾아오더라. 이젠 칠곡 할매들이 칠곡의 스타가 됐다. 왜관읍 일대에 할머니들의 상설 공연과 시화 작품 등을 선보이는 ‘할매 문화관’도 지을 예정이다. 대통령께 건의했더니 “할매들 힘 실어드리라”며 사업비 190억원을 지원해주셨다.”

―그럼에도 저출생 고령화는 극복해야할 문제인데, 대안이 있나.

“저출생 문제 해결법은 청년들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에 달렸다. 큰 줄기로 일자리와 교육, 주거 등 3가지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왜관1일반산업단지 시설을 정비하고 유망 산업 및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작년 3월엔 동일정공과 협약을 체결해 180억원 투자와 80명의 신규 고용을 이끌어냈다. 칠곡군 청년 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청년들이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교육 분야에선 칠곡교육청과 함께 학교·마을·학부모·학생 간 협력을 통해 우수한 교육 환경을 만드는 ‘칠곡미래교육지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에는 인접한 대구 북구와의 학군 조정을 추진해 칠곡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넓힐 방침이다. 주거 분야에선 520억원을 투입해 생활서비스 취약 지역에 커뮤니티·어울림센터 등을 조성해 문화·복지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왜관읍 행정 문화 복합 플랫폼도 2025년에 준공 예정이다. 특히 올 연말 대구권 광역철도가 개통되고 대중교통 광역 환승 시스템이 구축되면 대구와의 접근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역 경제 살리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경북도는 기본이고 대통령실, 국회 등 발자국 안 찍은 데가 없다. 덕분에 작년에 역대 최대 국도비를 확보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발전종합계획’과 관련해선 사업비 890억원을 확보했다. 정부의 제4차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돼 150억원, 첨단 농기계 실증 랩팩토리 사업에 선정돼 233억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첨단 농기계 사업은 고령화 문제를 겪는 농촌의 돌파구이자 칠곡의 새로운 먹거리다. 지난 5월에도 ‘생산 기반의 애그테크(agriculture+technology·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융복합 실증 플랫폼 구축 사업’에 선정돼 2028년까지 5년간 국비 150억원을 확보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 등을 통해 사람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칠곡군을 대한민국 미래 농업의 희망으로 만들겠다.”

―새로운 관광 정책이 눈에 띄는데.

“전국 곳곳에 호국도시 아니라는 데가 없더라. 호국의 고장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차별성을 두고 싶었다. 지난해 백선엽 장군을 비롯해 이승만·트루먼 대통령 동상을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세웠다. 모든 역사적 인물에겐 공과(功過)가 있는데, 찬반으로 나뉘어 시끄러워진다한들 칠곡을 알릴 수 있다면 된 거 아닌가. 지역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도 활용하고 있다. 공연·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가산산성 야행’,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인 ‘한티 가는 길’ 정비 등을 통해 관광 콘텐츠를 개선했다. 구상 시인과 화가 이중섭의 우정을 주제로 한 ‘구상·이중섭 우정의 거리’ ‘칠곡할매 시화 홍보거리’도 조성 중이다.”

―친환경 정책에도 힘 쏟고 있다.

“올 한 해 ‘ECO 칠곡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자체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자는 취지다. 군수인 나부터 가급적 관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회의나 보고 시에 종이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쓰는 ‘종이제로’ 정책, 각종 행사 및 교육 시 일회용품을 활용한 다과와 음료 제공 금지 등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