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퇴행성 무릎관절염으로 연골이 전부 닳아 통증이 심하고, 다리 모양까지 변형된 말기 환자의 손상된 관절 부위를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가진 인공관절 수술은 현재 수술의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해 내비게이션, 최소절개술,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기술과 접목돼 기술의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수술법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공관절 수술 로봇으로 ▲스트라이커의 마코 ▲짐머 바이오메트의 로사 ▲스미스앤네퓨의 나비오 ▲큐렉소의 큐비스조인트 등이 쓰인다. 수술 전 CT 촬영 여부, 완전자동과 반자동, 인공관절 임플란트의 호환 여부 등에서 각각 차이가 있다.
이 가운데 ‘마코로봇’은 현재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인공관절 수술 로봇으로 꼽힌다. 슬관절 치환술과 부분 치환술과 고관절 전치환술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인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전 세계에 2000대 이상 운영, 100만 건 이상의 임상 사례, 425건 이상의 연구 결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마코로봇의 한국지사인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는 “마코로봇의 국내 수술 건수는 2023년 기준, 전체 인공관절 로봇 수술 건수의 약 6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사와 환자의 높은 만족도에 따른 판매 가속화로 수술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강북힘찬병원 역시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마코로봇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강북힘찬병원은 지금까지 약 3000여 건에 달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마코로봇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는 진호선 강북힘찬병원장을 만나 인공관절 로봇 수술이 무엇인지, 인공관절 수술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들었다.
◇로봇 수술 정확도 “자를 대고 일직선 긋는 것과 같아”
어느 수술이든 수술의 정확도는 매우 중요하다. 인공관절 수술에 로봇 시스템을 접목한 것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서의 정확도는 근육과 인대 등 주위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며, 손상된 부위만을 정확하게 깎아내고 새로운 인공관절을 정확한 각도와 위치에 삽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3차원으로 변환해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무릎관절 구조와 질환의 진행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절삭할 범위와 인공관절의 크기 및 삽입 위치 등 사전에 수술계획을 꼼꼼하게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술 전 미리 예습할 수 있는 모의 수술까지 가능하다. 수술이 시작되면 집도의는 환자의 무릎 정보를 마코로봇에 전달하고, 환자의 무릎을 굽혔다 펴면서 신전 간격 및 굴곡 간격을 평가한다. 이때 집도의는 컴퓨터로 계산된 수치를 참고해 환자의 관절 간 간격과 다리 축, 인대 균형을 맞춘다. 기존에는 이 과정을 의사의 경험에 의존했지만, 인공관절 로봇 수술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계산해 낸 정확한 수치를 참고해 수술을 진행한다. 물론 의사의 임상경험 판단에 따라 수술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다만 기존에는 감으로 직선을 그었다면, 로봇 수술은 자를 대고 정확하게 일직선을 긋는 셈이다. 이후 집도의는 계산된 수치를 참고해 로봇팔을 잡고 손상된 관절 부위를 정교하게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이 수술은 집도의가 로봇팔을 잡고 절삭을 시행하는 반자동 방식이다. 또 지정된 절삭 부위를 벗어나면, 로봇팔이 자동으로 멈춰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준다. 덕분에 수술 시 환자의 출혈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출혈 줄어 수술 후 합병증, 부작용 낮춰
로봇 수술을 진행하면 수술 시 출혈을 줄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기존 수술에서는 다리의 축을 바르게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의 골수강 내에 긴 구멍을 뚫어 절삭 가이드 기구를 삽입해 육안으로 보면서 맞추는데 이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한다. 하지만 로봇은 구멍을 뚫지 않고 센서를 부착해 다리의 축을 맞추기 때문에 출혈을 줄일 수 있다. 기존에는 수술 중 출혈로 인해 수술 후 드물지만 ▲전신 기능 저하 ▲섬망 증세 ▲심각한 저혈압 증세 등이 나타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서 전원 건수가 거의 없어졌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일반 인공관절 수술과 인공관절 로봇 수술의 출혈량을 비교해 보니, 로봇 수술로 수술 중과 후의 출혈량이 약 36%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출혈량이 적으면 추가 수혈에 따른 각종 합병증과 부작용, 감염 위험 등이 낮아지고 통증이 줄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이 때문에 고령 환자의 수술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강북힘찬병원 자체 조사 결과,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 중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의 비중이 2021년에는 10%, 2022년에는 14%, 2023년에는 15%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자체 개발한 특허 수술 기구로 로봇 수술 정확도 더욱 높이기 위해 노력
강북힘찬병원은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수술 기구를 활용해 수술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는 지난 4월 다양한 수술 경험을 토대로 인공관절 로봇 수술을 보완한 수술기구를 자체 개발해 국내 특허(제10-2652930호) 및 국제특허(PCT/KR2023/019659)를 취득한 바 있다. 관절의학연구소가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마코로봇을 활용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335명(506건)을 분석한 결과, 뼈가 단단한 일부 젊은 환자들의 경우 로봇 절삭 기구 사용 시에 대퇴골(허벅지뼈)을 다시 절삭해야 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술 기구의 자체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개발한 수술 기구는 로봇 수술의 장점인 정확도와 안전성을 유지하면서 뼈 절제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현재 수술실에서는 기존 로봇 수술 기구와 자체 개발해 특허받은 수술 기구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수술법이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더 정확한 뼈 절삭이 가능해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고,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